[비즈니스포스트]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부채비율도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했는데 올해 'A'등급으로 복귀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올해도 경영평가 A 등급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체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521명으로 1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다만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는 5.3명으로 여전히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다만 도로 종류 별로 볼 때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1년 171명에서 2022년 156명, 2023년 151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159명으로 증가했다.
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고속국도의 사망자 수는 187명, 부상자 수는 1만1264명이 발생했다. 2023년보다 사망자는 1명 늘었고 부상자는 136명 줄었다.
고속국도 부상자 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만 명을 넘지 않았는데 2022년에는 1만 명을 넘었고 2023년부터는 1만1천 건을 웃도는 모습이다.
도로공사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으로 A등급을 받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평가에서는 공기업 재무 관련 평가 점수가 10점에서 20점으로 두 배로 뛰었음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 경영평가에서 도로공사는 'B등급'으로 하락했다.
2022년과 2023년 경영평가를 비교해보면 '원활한 교통소통 및 교통안전 선진화' 지표에서 '고속도로 안전관리' 부문의 점수가 4.7점에서 2.7점으로 하락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경영평가에서는 "국민 인명사고의 경우 부상자 수의 증가, 근로자 인명사고와 일반재해자 수가 증가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로공사 현장 근로자의 사망 사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관리를 동시에 수행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보다 6배 가까운 1713개의 작업장을 가지고 있다.
도로공사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0년 8명, 2021년 9명, 2022년 3명, 2023년 6명, 2024년 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망 4건은 모두 교통사고가 원인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재무 측면에서도 2023년보다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6186억 원에서 2022년 8541억 원으로 늘어난 뒤 2023년 7888억 원, 지난해 7652억 원으로 잇달아 감소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2023년 경영평가에서 부채비율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2023년 86.97%에서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늘어난 90.%로 집계됐다.
▲ 함 사장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들었는데 올해 등급 상승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특히 청렴도 평가에서도 2021년 3등급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등급을 받았다. 청렴도 평가는 5단계로 나뉘는데 1등급이 가장 높다.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은 셈이다.
올해 세번 째 임기를 맞는
함진규 사장이 6월 경영평가에서 다시 'A'등급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함 사장은 2023년 2월 취임해 사실상 한 해 내내 한국도로공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23년을 대상으로 지난해 평가에서 5년 만에 B 등급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함 사장은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신당 후보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 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해 두 차례 경기도의원을 지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경기 시흥갑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23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정치인 출신으로 공기업 사장에 임명돼 경영을 이끌고 있는 만큼 경영평가에서 성적에 따라 대선 이후 거취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해외사업부문과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는 긍정적 평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함께 처음으로 5천억 원이 넘는 해외사업을 수주했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수주가 3700억 원이었던 점을 살피면 역대급 성과인 셈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교통사고 사망자 최소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일상속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