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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도 해킹 피해자" 과기정통부, 이번에도 '통신사 2중대' 자처?

김재섭 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5-12 10: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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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도 해킹 피해자" 과기정통부, 이번에도 '통신사 2중대' 자처?
▲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월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도 피해자다."

최태원 SK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모두 이사회 뒤로 숨으며 `번호이동 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이하 위약금 면제) 요구에 확답을 하지 않아 가입자들의 분노와 함께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의 `구세주'로 나서는 듯한 태도를 취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이번에도 '통신사 2중대'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한켠에선, `통신 주무 부처' 과기정통부라도 온갖 곳에서 `다구리'(몰매)를 당하는 SK텔레콤의 바람막이 구실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월 정례 브리핑을 하면서 "`중도 해지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문제는 SK텔레콤 입장에서 보면 사운이 걸릴 정도로 큰 문제일 수 있어, (귀책 사유 판단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그런 차원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까지 봐야 판단력이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대해서는 "조사에 대략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6월 말쯤으로 예상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까지 봐야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다는 발언과 연결지어 보면,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한 상태로 번호이동을 하려는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는 6월 말이나 돼야 결정할 수 있다고,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유 장관은 또 "이번 문제를 일으킨 건 SK텔레콤이 아닌 해커"라며 "SK텔레콤도 굉장한 피해자"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법무법인 4곳에 의뢰한 위약금 관련 법률 검토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은 요약한 것만 봤는데, 명확하지 않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를 같이 보고, 각각의 보고서를 더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결론을 내리는 거에 시간을 끌거나 하는 걸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6번 있었는데, 그 때도 조사단 보고서를 보고 결정했고, 이번에도 같은 절차를 따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도 해킹 피해자" 과기정통부, 이번에도 '통신사 2중대' 자처?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앞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심 해킹' 사태 피해를 피하기 위해 번호이동을 통한 `엑소더스'(집단 이탈)를 감행하며 위약금 면제를 요구해왔다.

SK텔레콤이 주요 서버(컴퓨터)를 보안프로그램(백신)조차 설치하지 않은 상태로 운영하다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해 휴대전화번호와 가입자 인증 키 등 가입자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유출시켰고, 그로 인한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준비도 없는 사후 대책을 마구 쏟아내 가입자들이 오픈런과 허탕 치기를 반복하게 하는 등 `1위 사업자'에 걸맞지 않는 바닥 수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실망감도 이탈 행렬을 가속화했다.

위약금 면제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30만명 가까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최 회장과 유 대표 등 SK텔레콤 최고경영진을 잇따라 불러 위약금 면제를 주문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하지만 최 회장과 유 대표 모두 "이사회 결의사항"이란 말만 반복하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물밑으로는 과기정통부 관계자들과 국회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위약금 면제 불가를 호소하고 있다.

위약금을 면제하면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돼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자칫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로써의 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위약금을 일괄적으로 면제할 경우, 서비스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는 고객도 `우선 바꾸고 보자' 는 여론에 휩쓸려 번호이동 엑소더스에 편승할 우려(가 있다)", "고객이 위약금을 면제받고 해지한 이후 단말기를 중고로 되팔 경우 수십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 등 가입자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기도 한다.

이에 유 장관의 정례브리핑 발언을 두고 SK텔레콤 가입자들 쪽에서 'SK텔레콤 경영진 편을 든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가입자들은 먼저 유 장관이 SK텔레콤을 피해자로 규정한 발언에 주목한다. 위약금 면제 여부는 SK텔레콤의 사운이 걸린 큰 문제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따라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까지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위약금 면제 여부 결정을 6월 말로 미룬 점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가 지난 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SK텔레콤 가입자 유심 정보 유출 경로로 이용된 주요 시스템에 백신이 설치되지 않았던 점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개인정보 관련 기본적인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미흡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그동안 네트워크와 서버 등에 대한 보안을 허술하게 해온 사실을 보여준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에 SK텔레콤이 `유심 해킹'을 당한 게 불가피했던 게 아니라 경영진의 잘못된 투자 판단으로 자초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서버가 뚫린 원인이 사업자 귀책으로 드러난만큼,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 이탈하는 가입자들의 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봐야 하는데, 유 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것이다.

누리꾼 `ryna****'는 댓글을 통해 "SK 임원이세요?"라고 꼬집었다. `dksu****'는 "한통속이군요. 소비자만, 국민만 봉이지"라고 한탄했다.

통신사 출신의 대학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위약금 면제 요구는,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만 SK텔레콤 쪽의 사후 대책을 믿지 못해 번호이동을 통해 피난을 떠나는 가입자들에 대한 긴급 조치 성격이 강한 데도, 장관이 6월 말쯤에나 결정할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을 준 꼴"이라며 "대선이 끝나 정치권의 압박이 사그라들고, 가입자들도 지쳐 유야무야 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텔레콤도 해킹 피해자" 과기정통부, 이번에도 '통신사 2중대' 자처?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기정통부의 통신 사업자 편들기는 이전에도 잦았다. 해킹을 통한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통신구 화재 등에 따른 통신서비스 장애, 설비투자와 요금인하 등은 소홀히 하며 배당·성과금 잔치에 치중하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에 직면하는 등 통신 사업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릴 때마다 '백기사'로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에는 장관이 기자실을 찾아 "통신요금을 내려봤자 가입자 개인한테는 월 자장면 한그릇 값 밖에 안되지만, 모으면 연간 조 단위 돈이 돼 전후방 산업과 생태계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를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과기정통부의 바람막이 덕에 추가로 얻은 조 단위 이익을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통신망 고도화와 생태계 확장 등에 쓰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또다른 규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얼버무렸다.

과기정통부가 통신망 고도화 투자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사업자들의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경쟁을 정당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자 수를 적정 수로 줄여 경쟁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온 것을 두고도 "소비자(가입자) 편익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 전직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기정통부는 `산업 육성'과 기간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명분으로 늘 소비자보다는 사업자 편에 서 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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