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선 후보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는 사퇴까지 거론하며 김문수 대선후보를 향해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지만 김 후보는 자신이 당무에서 배제당하고 있다고 맞서는 모습이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6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어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더욱이 당은 단일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도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의제와 안건 공개 없이 당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소집 공고가 이뤄진 점도 문제 삼았다.
김 후보는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절차로 판단된다"며 "당은 5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개최한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단일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사실, 의구심을 짙게 하는 당의 조치들 때문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 캠프의 김재원 전 후보 비서실장은 당에서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원 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후보가 지난 5월3일 오후 4시쯤 후보로 선출됐는데 그날 7시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그리고 사무총장이 찾아와 5월7일까지 무조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필요한 그런 기구"라며 "결국 후보 단일화가 여의찮으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김문수 후보의 지위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김문수 후보가 직접 지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스스로 하신 약속,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 후보를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도 더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시한을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5월11일까지 제시하면서 시한 내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7일 전 당원을 상대로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후보인 한덕수 전 총리와 당일화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도 세웠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후퇴 사퇴론까지 꺼내들었다.
윤 원장은 페이스북에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문수 후보는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며 "승리 가능성이 1퍼센트라도 높은 분을 얼른 가려서 준비해야 박빙 싸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김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월30일∼5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 보수진영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30.0%,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2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의 단일화를 둔 갈등에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날을 세웠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5일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정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놓고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한덕수 당이냐'라고 항변하는 김 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매도했다"며 "대선 후보를 바지 후보 취급하려면 경선은 왜 했나"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국민의힘 경선은 내란 2인자였던 한덕수 전 총리를 후보로 추대하려는 대국민 사기극에 국민까지 끌어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통상의 관례대로 10~11일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는 공고를 낸 것을 두고도 황 대변인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정당 사상 이런 사례가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아직 불투명한 후보 단일화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최종 후보를 선출하려다 보니 관례대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후보 결선에서 김 후보에 패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일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금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제가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