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4-25 15: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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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올라선 시험대가 점점 험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안전사고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실적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25일 포스코이앤씨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11일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경찰은 현재 시공사 관계자 1명, 하청업체 관계자 1명, 감리사 1명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사고로 실종됐던 50대 시공사 직원이 사망한 채 발견된 지난 16일 사과문을 통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문을 내놓은 지 단 5일 만인 지난 21일 대구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1월에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사망한 추락사고까지 더하면 포스코이앤씨의 공사현장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정 사장으로서는 수사의 진행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포스코이앤씨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포스코이앤씨에서 모두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본사 및 전체 사업장 30%에 해당하는 3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안산선 시공을 맡고 있는 포스코이앤씨가 특수목적법인(SPC)인 넥스트레인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국회가 직접 청문회를 통해 사고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복 의원의 주장에 “건설 현장 안전 문제에 있어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검토하고 공청회 개최를 포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맹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신안산선 붕괴사고의 원인 및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 등 개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험로를 걷고 있는 정 사장에게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엎친 데 덮친 격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8140억 원, 영업이익 24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6.0%, 영업이익은 26.4%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근래 들어 실적 부진이 이어져 왔다. 포스코이앤씨의 영업이익은 2022년 3090억 원에서 2023년 201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2%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영업이익 감소에 대응해 지난해에는 직원들에 분기별 성과급 가지급 비율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왔다.
1분기 실적이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교해 하락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포스코이앤씨 긴장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일반 직원에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으로서는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자마자 다방면으로 거센 파도를 만나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전임자인 전중선 사장이 잦은 안전사고와 실적 부진 등으로 취임 10개월 만에 교체된 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정 사장은 13년 만에 내부 승진 대표이사로 재무전문가였던 전중선 전 사장과 달리 건설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정 사장이 처한 상황은 전중선 전 사장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당장 뚜렷하게 실적 개선 흐름이 보이지 않는 데다 신안산선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비용 등까지 반영되면 올해 포스코이앤씨 실적은 더욱 크게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주요 경영 방향으로 “올해는 앞으로의 30년, 더 나아가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어가야 할 중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으나 현재까지 곤혹스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