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행 SK건설 사장이 건설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랐다.
SK건설은 그동안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반열에 오르지 못해 다소 소외된 모습을 보였는데 최고경영자의 승진으로 SK그룹에서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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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행 SK건설 신임 부회장. |
SK그룹은 21일 사장단인사에서 조 부회장의 승진과 관련해 “SK건설의 체질을 개선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해 조 부회장의 승진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이 승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10대 대형건설사에서 오너경영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제외하면 전문경영인 가운데 부회장에 오른 사람은 한명도 없다.
SK건설이 SK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아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를 통해 정유와 통신, 반도체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SK건설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등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데 따른 보상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조 부회장은 2011년에 SK건설 사장을 맡은 뒤 6년 가까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SK건설은 2012년에 조 부회장과 최광철 사장을 각자대표에 선임했는데 조 부회장은 경영기획과 사업지원, 재무·주택·건축부문을 총괄하며 국내사업 위주로 내실경영에 힘썼다.
SK건설은 과거에 수주한 해외 저가수주 현장의 매출이 발생한 탓에 2013년과 2014년에 모두 555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보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국내 주택시장에서 분양물량을 확대한 덕에 지난해 영업이익 109억 원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건설은 올해 1~3분기에 영업이익 1922억 원을 내며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 부회장에게 SK건설 경영의 전권을 위임했다. 최광철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원위원장에 선임되면서 SK건설은 조 부회장의 단독대표이사체제로 전환했다.
조 부회장이 SK그룹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도 장기를 살려 SK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부회장은 1959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SK상사에 입사한 뒤 35년 넘게 SK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SK상사 일본현지법인 관리부장과 SK 경영기획실 경영지원팀 부장 등을 역임하다가 2000년에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팀 팀장으로 영입돼 그룹의 굵직한 재무현안을 처리했다.
특히 2003년에 SK그룹이 분식회계 사건과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사태 등 이른바 'SK사태'에 휘말렸을 당시 재무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에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재무개선담당 임원에 선임됐다. 이후 SK에너지 경영지원부문 부문장,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컴퍼니 사장, SK텔레콤 GMS 사장 등을 역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