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판을 달자마자 삼성그룹을 수사대상으로 삼아 본격적 수사의 포문을 열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대가성 혐의를 입증하는 데 삼성그룹이 핵심고리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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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
이규철 특검보는 21일 특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데 대해 “삼성의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관련 대가 관계 및 국민연금 배임 증거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일부 임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이날 현판식을 열면서 곧바로 삼성그룹 겨냥한 수사에 들어간 것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이 특검수사의 성패를 결정하고 그 핵심이 삼성그룹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은 그동안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 검토를 통해 박 대통령을 옥죄기 위한 수사방향의 가장 약한 고리로 삼성그룹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이라고 파악했을 공산이 크다.
삼성그룹은 최순실씨 모녀의 승마활동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를 통해 모두 220억 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최씨가 독일에 만든 스포츠컨설팅업체 코레스포츠에 약 80억 원을 송금했는데 이 돈은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등 온전히 정씨 한 사람에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그룹은 비선실세인 최씨와 대가성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가성 의혹의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와 직결된 사안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이다.
국민연금은 검찰수사에서도 한차례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있다. 특검팀이 이날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국민연금을 다시 압수수색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청와대가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유리하도록 찬성표를 던진 점을 유의깊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지금까지 검찰이 밝힌 혐의내용을 완강하고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몸풀기를 끝낸 특검팀이 혐의를 입증할 삼성그룹 의혹을 대가성 입증을 위한 가장 핵심고리로 삼고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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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특검은 이에 앞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그룹 관련된 인물들을 별도의 장소에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특검이 이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을 놓고는 추가적으로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 합병 등 대가성을 전제로 한 최씨 모녀 지원 의혹과 관련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검이 삼성그룹과 관련해 규명해야 할 핵심의 의혹은 삼성그룹이 왜 최씨 모녀를 지원했는지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 과정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등이다. 최씨 소유 회사를 거쳐 돈이 흘러간 만큼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공모관계를 규명해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게 되면 삼성그룹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 경우 삼성그룹에서 최종 의사결정이 누구 선에서 이뤄졌는지도 특검에서 중요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 지원과 관련해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며 직접적 답변을 피했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놓고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검은 삼성그룹 최종 의사결정권 행사와 관련해 곧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