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국 액션스퀘어(현재 넥써스) 대표이사가 2월7일 열린 액션스퀘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씨저널] “가상화폐는 허구라고 생각했다. 그 때 한 지인이 ‘금이 가치를 갖게 된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었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가상화폐는 현존하는 모든 화폐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장현국 넥써스(옛 액션스퀘어) 대표이사가 2022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장현국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는 위메이드가 아닌 넥써스에서다.
장 대표는 1월7일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모든 게임이 토큰을 발행하고 모든 이용자가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게임 토큰 프로토콜 '크로스'를 출시한다”며 “그 첫 단계로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 '크로스'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에 따르면 크로스에 탑재되는 첫 번째 게임은 제로엔드엑스가 개발한 ‘라그나로크: 몬스터 월드’로 4월 하순 발매된다.
◆ 장현국에게 여전히 드리워져있는 ‘사법 리스크’, 아직 신뢰 회복하지 못한 위믹스
문제는 장 대표가 아직 ‘위믹스’로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믹스 사태로 장 대표에게 드리워져있는 사법 리스크의 그늘 역시 그대로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 대표로 일하던 시절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와 ‘미르4 글로벌’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주목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미르4 글로벌 버전이 흥행하며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하지만 그 후 위메이드의 위믹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2022년 1월 공시없이 위믹스를 대량으로 매도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설상가상으로 2022년 11월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의 신뢰성이 낮다는 것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장 대표는 위믹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 생태계의 아교 역할을 하는 가상화폐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순식간에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한계 또한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위믹스는 2023년 코인원, 빗썸 등 몇 개 국내거래소에서 재상장됐지만 검찰은 2024년 8월
장현국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위믹스 체인 위에 올려진 또 다른 MMORPG ‘나이트크로우’가 2023년 4월 출시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위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풀기도 했지만, 위믹스 가격은 유의미한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 1WEMIX(위믹스 단위) 당 3만 원을 넘어섰던 위믹스의 가격은 2025년 4월10일 코인원 거래소 기준 877원에 불과하다.
결국
장현국 대표는 2024년 3월 돌연 위메이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사임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사임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 크로스와 위믹스가 다른점, 장현국은 ‘3제로 정책’으로 시장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크로스 프로젝트 역시 위믹스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위믹스는 본인이 원래 몸담았던 위메이드에 남겨둔 채, 새로운 둥지에서 이름만 바꿔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실제로 올해 1월 블로터와 인터뷰에서 크로스와 위믹스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위메이드에서 위믹스로 하려던 일과 똑같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위믹스 실험’을 좀 더 정교하게 리부트하기 위한 실험 무대로 넥써스를 선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장 대표는 신뢰를 잃어버린 위믹스와는 달리 크로스는 ‘3제로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제로 정책이란 제로 민팅(총 발행량을 넘어서는 추가 채굴 불가), 제로 리저브(재단이 가상화폐의 예비물량을 보유하지 않고 발행된 모든 코인이 시장에서 거래), 제로 프리라이더(토큰 발행 이후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 등 크로스의 3가지 유통 정책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특히 위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시작점이 위메이드의 ‘덤핑’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크로스의 제로 리저브 정책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크로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이사가 2023년 5월19일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위메이드 현장방문에서 김성원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 국내 IT업계 최고의 블록체인 전문가, 장현국의 두 번째 ‘코인 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장현국 대표는 ‘네오위즈 마피아’의 핵심이다.
네오위즈 마피아는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주(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적네트워크다. 네오위즈 초창기 멤버들이 현재 한국 IT 업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인공지능, 플랫폼, 메신저, 게임 등 IT업계의 여러 분야에 고루 퍼져있는 네오위즈 마피아지만,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장현국 대표가 유일하다.
장 대표는 사실상 국내 IT업계에서 블록체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전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하지만 위메이드에서 장 대표가 자신의 블록체인 청사진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면서 ‘블록체인 제국’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블록체인 게임, P2E(Play To Earn,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게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위믹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 장 대표는 이번에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의 두 번째 도전에 게임업계를 넘어 IT 업계 전체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
장현국 대표는 위메이드에 있을 때부터 P2E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항상 게임의 ‘재미’ 역시 꼽아왔다”라며 “이제 거기에 가상화폐의 ‘투명성’이라는 조건이 더해진 이상, 게임성과 투명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 크로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