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4월 위기설’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7월 위기설’에 떨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해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만 대형 건설사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의 우위를 활용할 수 있어 업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 건설사는 올해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주요 상장 건설사 5곳(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은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조3046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100%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역대급 ‘빅배스’로 부실요소를 단숨에 털어낸 현대건설 몫을 제외해도 주요 건설사 합산 영업이익 증가율은 10% 가량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실적이 저점을 지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과거 공사비 급등 이전에 착공한 현장이 줄며 원가도 감소해 대형 건설사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건설업종 실적에서 부각된 원가율 하향 방향성이 저점 통과의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14일 기준 코스피200 건설 주가 수익률은 15.9%로 코스피 수익률 13.6%를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주식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으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는 지난해 이례적 영업적자 구간을 경험했다”며 “다만 올해는 저수익성 현장 정리가 본격화되고 공사비 상승효과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시작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견 이하 건설사는 아직까지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했다. 지역 입지가 탄탄한 대저건설과 대흥건설, ‘국내 건설면허 1호’ 삼부토건 등도 건설업황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소형 건설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종합건설사 가운데 폐업을 신고한 곳은 127곳으로 지난해 3월보다 23곳 증가했다. 폐업신고가 2022년(261건) 두 배에 이른 지난해(516건)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른바 '4월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선 그동안 4월 초 공시대상 건설사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돼 가려진 부채 위험도 눈으로 확인할 드러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최근 일각에서는 한 술 더 떠 '7월 위기설'도 제기된다. 가계대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7월에 적용된다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미분양 위험이 부동산 시장에 자리잡은 가운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은 국가경제 큰 부담인 만큼 대선이란 변수에도 규제 강화의 대원칙이 크게 뒤바뀌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 건설사는 최근 엇갈리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주택시장 분위기에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건설사는 주로 지방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 서울 대비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수록 지방에 근거를 둔 중소형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분양된 아파트 단지 308개 가운데 53.6%(165개 단지)가 지방 물량이었다.
다만 올해 2월 기준 전국 준공 뒤 미분양 물량 2만3722가구 가운데 81%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
중소형 건설사로서는 미분양 위험을 피해 서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울에서는 상위 건설사의 독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 부동산R1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분양물량 가운데 82.8%는 10대 건설사 몫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비중은 3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견 건설사가 부동산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겪오 있지만 대형 건설사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지한다"며 "실수요자 중심 부동산 재편으로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는 수도권 중심의 수주로 지속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양극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인데 대형 건설사 조차도 올해 실적 반등을 두고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건설수주는 11조3천억 원으로 6년 사이 최저, 건설사가 공사뒤 받은 대금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5월부터 10달 연속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적 반등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힘들고 내년은 되어야 회복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