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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장애인의 날'이 농사 절기 `곡우'와 겹쳤네

김재섭 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4-18 1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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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장애인의 날'이 농사 절기 `곡우'와 겹쳤네
▲ LG유플러스가 통신기술로 시각장애인의 시내버스 이용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해 단말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어김없이 기업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갖가지 아이템으로 장애인의 날의 뜻을 기리는 활동을 했다고 생색을 낸다. 장애인 채용을 늘리고,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돕는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장애인 가정에 쌀포대를 전달하고,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돕는 기술을 개발하고했다고 등등.

하지만 보도자료 내용을 배경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의 날이 이렇게 소모해도 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LG유플러스는 `통신 기술로 시각장애인 시내버스 탑승 돕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시각 장애인의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해 특화 단말 실증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했다.

이 업체는 "시각장애인이 걸어갈 때 사용하는 흰 지팡이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안정하고 편리한 버스 탑승을 지원한다"며 "시각장애인의 일상 이동을 쉽게 돕는다"고 설명했다. 탑승할 버스 노선 승차를 앱을 통해 예약하면 다가오는 버스의 위치를 음성 안내와 흰 지팡이의 진동으로 안내받을 수 있단다. 하차 의사를 버스 기사에게 전달하고, 기사는 운전석에 부착된 알림 장치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승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 연구'(2021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은 25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시내버스 이용률은 34.6%로 다른 교통 약자들보다 낮은데, 버스에서 제공되는 음성 안내가 불명확하고, 정류장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했을 대 탈 버스를 정확하게 찾아 타기 어려워서다. 버스 탑승구 위치를 찾기 어렵고, 기사와 소통이 어렵다는 점도 불편사항이다.

시각장애인 쪽에서 보면, 대중 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해줄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기술 개발에 나서준 LG유플러스에 고마움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추가 취재에 나섰다. 어떤 상용화 일정을 갖고 있고, 시각장애인들이 언제쯤 일상 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기아로부터 기술 개발 용역을 받았을 뿐, 상용화 일정과 관련해선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 "기술은 거의 개발된 상태인데, 실제 적용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버스 회사들이 예산과 비용을 책정해줘야 해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다음 스텝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내놓은 이벤트성 보도자료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장애인의 날'이 농사 절기 `곡우'와 겹쳤네
▲ 카카오게임즈이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사업을 소개하는 `다가치 게임톡' 행사를 하고 있다.<카카오게임즈>  
굳이 LG유플러스 사례를 짚은 이유는, 정보통신(IT) 기술은 장애인의 일상 생활을 도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업체를 비롯해 SK텔레콤과 KT 등 공공 성격이 큰 통신서비스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자는 사회책임경영 의무가 크다. 
 
요즘 유력 대선 후보가 1호 공약을 내세울 정도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효용성은 더 크다. 시각·청각장애인은 물론 IT와 로봇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체장애인의 일상 생활까지도 도울 수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개발돼 있는 기술만으로도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의 시내버스 이용을 돕는 것 역시 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에 추가 기능을 넣는 것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효용성으로 따지면 시내버스 도착 알림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절실하다.

문제는 진심 어린 관심이다. 장애인의 날을 대하는 자세가, 기업은 이벤트성 보도자료로 생색을 내고, 정치인은 장애인 관련 행사장을 찾아 사진 찍기에 급급하고, 언론 역시 관련 기획기사 한두 쪽지 내보내는 것으로 `때우는' 모습을 보이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올해 4월20일은 농사 절기상 `곡우(穀雨)'이기도 하다. 곡우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를 나타낸다. 곡우에 비가 잘 내리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여겨진다.

6월3일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민주주의'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곡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민주주의 농사를 잘 지어야 하는 게 절실하고, 이는 정치적 구호와 이념이 아닌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으며 잘 살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자세와 관련해선, 건물을 지으면서 `비용 절감'과 `미관'을 핑계로 입구에 휠체어 이동 공간을 두지 않고, 저층 건물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아, 지체 장애인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준 흑역사를 갖고 있다. `사람 대우를 안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한 서린 하소연까지 나온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성장과 통합이란 이름의 싱크탱크를 띄우고, `AI 100조 투자' 공약을 내놨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이 인공지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약의 `디테일'을 짤 때, 장애인들도 `전 국민'에 포함시켜, 소외계층과 취약계층들도 빠짐없이 챙김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

통합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포용이다. 상대는 물론 소외·취약계층까지 적극적으로 품어야 한다. 성장과 통합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냐는 물음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장애인의 삶이 지금은 남 일 같지만, 언제 내 남은 삶이 그 같은 처지가 되고, 내 자식들이 그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에선, 내 남은 삶과 자식의 삶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최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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