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스플레이산업의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산업과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중소형 올레드로 체질변화가 더욱 시급해졌다.
|
|
|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올레드패널에 치열한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한국기업들과 기술격차가 크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전체의 올레드 투자규모는 크지만 개별업체로 놓고 봤을 때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업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연구개발투자도 국내업체의 20% 안팎에 불과해 실제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기술력과 생산시설에서 모두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업체와 같이 후발주자인 만큼 신성장동력인 중소형 올레드의 시장경쟁력 확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이런 상황을 인식해 디스플레이산업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일부 선두기업에 역량을 집중해 추격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반강제적으로 반도체 1위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2위 XMC반도체를 인수합병하도록 했다.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공유해 빠르게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런 효과로 XMC반도체와 시너지를 내 메모리반도체 시장진출계획을 크게 앞당기게 됐다. 이르면 2018년부터 D램과 3D낸드의 양산을 본격화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역시 반도체와 더불어 중국의 국책사업으로 자리잡은 만큼 유사한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일부 업체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 조기에 기술역량과 생산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현지 스마트폰업체들이 주요부품을 자급자족하도록 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부품업체들이 양산체제를 구축하도록 이런 계획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사실상 정부 주도로 재팬디스플레이가 올레드패널업체 J올레드를 인수해 시장진출을 가속화하도록 하는 구조조정계획을 최근 밝혔다.
한국업체들이 LCD패널에서 장기간 우위를 지켜오던 일본과 중화권업체를 뛰어넘고 급성장한 선례를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중국과 일본정부가 주도해 재현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력은 일본과 중국업체보다 앞서있다”며 “내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의 양산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세계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구조조정으로 업체 간 역량을 합쳐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규모의 경제효과를 더 강화할 경우 LCD패널사업에서 LG디스플레이가 안고 있는 위협도 더욱 커지게 된다.
|
|
|
▲ 중국 BOE가 공개한 중소형 플렉서블 올레드패널. |
BOE와 차이나스타 등은 2018년부터 10세대 이상의 대형 LCD공장 가동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기술협력이 이뤄질 경우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더 앞당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런 상황에 대응해 중소형 올레드 중심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안정적인 고객사기반도 조기에 확보해 기술경쟁력을 통한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밸류워크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올레드패널 개발과 공급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중소형 올레드 선두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런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향후 중국과 일본의 시장진출로 예상되는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밸류워크는 “애플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서 빠르게 역량을 끌어올린 데 감명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