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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강남 실패'에도 호반건설 이름 알렸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6-12-19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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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국내 부동산시장의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도시정비사업에 도전해 연거푸 쓴잔을 마셨지만 서울 진출의 저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얻은 게 더 많아 보인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최근 강남 재건축사업에 연달아 고배를 마셨으나 일정부분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열, '강남 실패'에도 호반건설 이름 알렸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호반건설은 17일 열린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GS건설과 맞붙었으나 투표 결과 큰 표 차이로 시공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호반건설은 GS건설보다 저렴한 공사비를 공사조건으로 제시하며 조합원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호반건설은 총 공사비로 2030억 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GS건설(2165억 원)보다 공사비가 135억 원가량 저렴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부동산업계의 전망대로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은 GS건설에 돌아갔다. GS건설이 보유한 아파트브랜드 ‘자이’의 영향력이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10월 말에 열린 신반포7차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도 대림산업에 밀렸다.

호반건설은 당시에도 1평당 사업비를 467만 원 책정해 대림산업(479만8천 원)보다 가격에서 공세를 보였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특화계획도 9가지 항목을 제시해 7항목을 제시한 대림산업보다 앞섰다.

그러나 조합은 대림산업이 내세우는 아파트브랜드 ‘아크로’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대림산업을 최종 시공사로 낙점했다.

김상열 회장이 호반건설을 중견건설사로 키우며 영향력을 확대했으나 강남 도시정비사업의 높은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주에 도전한 결과 얻어낸 과실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당장 강남에서 사업을 따낼 가능성은 애초에 크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반건설이 강남 재건축사업에 도전한 것은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강남에 널리 알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국내 중견건설사 오너 가운데 처음으로 강남 도시정비사업에 진출했다. 그동안 국내 5위권 안에 드는 대형건설사들만 강남 재건축사업에 도전하며 각축을 벌였는데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이 최근 입찰에 잇따라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동산업계는 호반건설이 대림산업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와 맞붙으며 홍보효과를 크게 누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홍보효과를 누리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다는 말은 사실무근”라며 “애초 재개발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 가시화된 것일뿐 호반건설이 보유한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도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강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며 “(사업을 수주하려면) 기회비용을 포함해 수십억 원을 쓰게 되는데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홍보하기 위해 이를 지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효과와는 별개로 호반건설의 자금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10월에 신반포7차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입찰보증금을 570억 원 냈다. 입찰보증금 규모가 수백억 원이 넘는 것은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형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는데 호반건설은 이를 납부해 자금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건설업계는 앞으로도 호반건설이 계속해 강남 재건축시장에 발을 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주전을 겪으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강남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강남에서 인지도를 높인 결과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대형건설사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위치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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