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모회사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화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디지털 전환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김 사장은 캐롯손해보험이 출범한 2019년 당시 한화생명에서 디지털 전략 부문을 담당하며 금융계열사 전반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보험업계 안팎 말을 종합하면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모회사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는 방안이 논의되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디지털 강조’ 노선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온 만큼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캐롯손해보험 출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본다.
김 사장은 2017년 12월 한화생명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맡은 뒤 2019년 8월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오르며 금융 계열사 전반에서 디지털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김 사장은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여행자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2019년 5월 한화금융 계열사 캐롯손해보험이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시장에 등장했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사장이 몸담은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 63.3% 지분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최초로, 매월 탑승한 만큼 자동차보험료를 정산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비대면 모객 비중이 90%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출범 이래 적자와 자본 건전성 악화를 겪어왔다.
대면영업이 제한되는 점은 디지털 보험사들의 수익성 강화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해 여전히 대면영업이 효과적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 등은 비대면 판매보다 대면으로 충분한 설명과 함께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디지털 보험사들은 판매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디지털 보험사(캐롯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가운데 흑자 전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실제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별도기준 순손실 662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손실 규모가 약 98억 원 커진 것이다.
2024년 말 기준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도 156.24%로 2023년 말(281.26%)보다 약 125%포인트 악화했다.
▲ 캐롯손해보험 자본 건전성 문제 해결 방법 가운데 하나로 모회사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이번에 고개를 든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는 방안도 캐롯손해보험 자본 건전성 개선 방법을 모색하던 가운데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4월 들어 한화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인원으로 구성된 정례 협의체가 출범해 캐롯손해보험 자본 건전성 해소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의 자본 건전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정례적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으며 합병도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롯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모두 아직 논의하고 있는 과정이며 확정된 내용이 없음을 강조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업 특성상 자본건정성 유지를 목표로 꾸준한 자본확충이 요구된다”며 “자본 건전성 문제 해결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과의 합병도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 관련 언론 보도에 해명 공시를 내며 “캐롯손해보험과 관련해 매각을 제외하고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