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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의 에잇세컨즈 1위 도전은 성공할까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8-24 2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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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의 에잇세컨즈 1위 도전은 성공할까  
▲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의 빅3는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이다.

SPA는 미국 브랜드 ‘갭’이 1986년에 선보인 사업모델이다. 의류의 기획 및 디자인, 생산과 제조, 유통과 판매 등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모두 맡는 것을 말한다. 세계 의류시장은 SPA로 바뀐 지 오래다.

국내 SPA 브랜드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는 힘을 못 쓴다. “한국 패션산업은 해외 SPA브랜드의 각축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을 장악하는 외국업체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2012년 ‘에잇세컨즈’라는 브랜드를 내놓고 각축장에 뛰어 들었다.

에잇세컨즈는 빠르게 성장중이만 이제 출범 3년차에 불과해 기존 SPA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과 다른 한국인의 체형과 취향을 살려 에잇세컨즈가 외국 SPA 브랜드와 한판 붙어볼 만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에잇세컨즈는 앞으로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의 무대를 아시아로 점차 넓히려고 한다.

이서현 사장의 에잇세컨즈는 과연 삼성전자처럼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 이서현 뒤늦게 SPA시장에 뛰어들다

제일모직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2012년 문을 열었다. 제일모직 60년 역사상 첫 SPA브랜드다.

SPA는 전문 소매점(specialty store retailer), 자사상표(private label), 의류(apparel)의 첫 글자를 조합한 명칭이다. 자사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제조해 유통까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과정의 생략으로 제품이 저렴하고 빠르게 유행을 반영해 1~2주 단위로 신상품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유니클로는 2005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2008년 스페인 SPA브랜드 자라도 한국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이랜드그룹은 2009년부터 스파오라는 브랜드로 SPA사업을 시작했다.

이서현 사장의 에잇세컨즈는 출발이 매우 늦은 셈이다.

에잇세컨즈가 시장에 늦게 나온 이유는 삼성그룹의 전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20여년 전 양에서 질로 바꾸라며 ‘질의 경영’을 내세웠다. 제일모직도 이에 발맞춰 갤럭시, 엠비오, 구호, 르베이지, 띠어리 등 고가 브랜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 경기불황 이후 제일모직의 고가브랜드 매출이 급감했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데레쿠니’를 정리해야 했다. 데레쿠니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현지법인까지 세우며 명품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만든 브랜드였다.

세계 패션시장은 SPA브랜드가 주도하기 시작했고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서현 사장도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제일모직은 SPA 브랜드를 3년 동안 준비한 끝에 2012년 에잇세컨즈를 내놓았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SPA 브랜드는 가장 빠르고 싸게 옷을 공급하는 형태이자 세계 패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의지를 갖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의 에잇세컨즈 1위 도전은 성공할까  
▲ 에잇세컨즈 매장 모습.

◆ 서양 브랜드 자라에 맞서 한국 특성을 살리다


후발주자 에잇세컨즈가 자라와 H&M같은 외국 SPA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점은 한국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인천대학교 패션산업학과 유혜경 교수는 “해외에서 섹시 콘셉트로 인기를 끌지만 국내 분위기상 선호하지 않는 제품들이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소비패턴 등을 정확히 파악해 제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라와 H&M의 여성 의류는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한국문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기에 노출이 심하거나 과한 장식이 된 옷이 많다.

또 유럽과 미국 등 서양인 체구에 맞춰 제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글로벌 SPA에 대한 분석결과 한국인의 체형이나 문화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한국인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며 "에잇세컨즈는 현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자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도 에잇세컨즈에 호재로 작용한다. 서울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라의 제품은 미국의 동종제품에 비해 25% 가량 비싸고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비싸다.

에잇세컨즈는 제품가격을 국내 자라보다 평균 30% 싸게 책정하고 있다.

글로벌 1위 SPA브랜드 자라는 2008년 한국진출 이후 연평균 52%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2237억 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2%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반면 에잇세컨즈는 같은 기간에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2년 출범 첫해 매출액 600억 원에서 지난해 1300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19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로 볼 때 국내시장에서 에잇세컨즈가 자라를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에 디자인으로 맞서다

박철규 제일모직 상무는 2012년 에잇세컨즈 론칭 당시 “한국 소비자들은 자라와 H&M의 치수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유니클로의 기본 형태 디자인에 식상해하기 시작했다”며 “에잇세컨즈에게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베이직 라인에 강점을 지닌 대신 디자인이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애초에 유니클로를 만든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옷도 매일 먹는 밥처럼 생필품이니 유행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에잇세컨즈는 이 부분을 유니클로의 약점으로 보고 차별화를 꾀한다.

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 디자이너 사단의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40명의 디자이너를 포함한 190명이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양수진 에잇세컨즈 차장은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대량생산하는 유니클로 방식은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대학생 11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장 선호하는 SPA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유니클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에잇세컨즈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디자인을 꼽았다.

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의 디자인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신인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삼성패션 디자인펀드’ 대회를 여는데 이 대회 수상자의 작품을 에잇세컨즈를 통해 출시하고 있다.

한 패션전문가는 “솔직히 에잇세컨즈에서 제일모직의 브랜드 빈폴도 보이고 구호도 보여 독창성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고가의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력적”이라며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서현의 에잇세컨즈 1위 도전은 성공할까  
▲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 에잇세컨즈의 약점


에잇세컨즈는 하지만 출범 첫 해 디자인 표절 시비로 이미지를 구기기도 했다. 국내 한 디자이너 브랜드 ‘코벨’의 양말 디자인과 색상을 그대로 베껴 출시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에잇세컨즈는 “SPA 상품기획 특성상 수많은 상품을 최대한 빨리 기획해 생산해야 한다”며 “사업 초기에 유사 디자인 검증 프로세스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식사과했다. 그 뒤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 유니클로에 비해 원단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업계전문가는 “유니클로 하면 히트텍과 에어리즘 등 기능성 특수 소재가 떠오르지만 에잇세컨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둬서인지 원단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SPA 시장 매출 1위는 유니클로다. 7천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2위는 자라(2300억 원), 3위는 이랜드의 스파오(1400억 원), 4위가 에잇세컨즈(1300억 원)다. 에잇세컨즈와 유니클로의 매출 차이가 5배가 넘는다.

유니클로는 에잇세컨즈와 매장 수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유니클로는 전국에 13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에잇세컨즈는 27개에 불과하다. 유니클로가 에잇세컨즈에 비해 매출도 5배, 매장도 5배 많다.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라는 든든한 사업파트너도 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를 수입판매하는 ‘FRL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유니클로를 롯데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등 유니클로의 확장에 상당히 기여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도 2011년 “신격호 회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 에잇세컨즈의 해외진출은 성공할까

에잇세컨즈는 국내시장에서 유니클로를 따라잡기 전에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부터 제쳐야 한다. 스파오는 지난 4월 안성수 전 유니클로 한국법인 대표를 영입해 역량을 강화하며 유니클로 따라잡기에 나섰다.

유통공룡 이랜드그룹은 전국 40개 스파오 매장을 두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27개보다 더 많다.

게다가 이랜드그룹은 스파오 외에도 2010년 ‘미쏘’라는 SPA브랜드도 선보였다. 이로써 스파오는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유니클로에 대적하고 미쏘는 유행에 따른 디자인으로 자라에 대적하는 구도를 완성했다. 이밖에도 이랜드그룹은 그룹 내 10여개의 브랜드를 모두 SPA브랜드로 바꾸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애초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개발한 브랜드다.

박철규 제일모직 상무는 에잇세컨즈 론칭 당시 “세계를 상대로 비지니스를 펼쳐야 하는 시대에 토종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장르는 명품, 디자이너, SPA뿐”이라며 “SPA는 현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가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답”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하반기 중국진출을 시작으로 일본과 아시아시장을 거쳐 유럽과 미국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한다.

김정미 에잇세컨즈 상무는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매출 10조 원, 아시아 톱3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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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병원에 입원해 있어 세상소식과 단절되어 있어 걱정이었는데 비즈니스포스트 기사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좋네요... 특히 기업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좋군요
퇴원하면 정기구독해야 겠어요...
   (2014-08-25 14:17:14)
최유리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2014-08-25 12: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