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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돼", SK 선대회장 최종현 육성 복원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5-04-03 1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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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돼", SK 선대회장 최종현 육성 복원
▲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0년 12월 유공(현재 SK이노베이션) 인수 뒤 첫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SK >
[비즈니스포스트] "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입에 올리고 내린다지?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0년대 중반 선경(옛 SK) 임원·부장을 대상으로 신년간담회 중에 밝혔던 생각으로, 지금도 통용되는 시대를 초월한 경영 메시지가 담겨있다.

3일 SK에 따르면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인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가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이른바 '선경실록'으로 불릴 만큼 방대한 사실의 기록은 한국 근현대 경제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 디지털로 변환,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제작 프로젝트를 3월 말 완료했다.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 제작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옛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지 2년 만이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하여 원본으로 남겼다. 이를 통해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이 같은 방침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이는 하루 8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정치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돼", SK 선대회장 최종현 육성 복원
▲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1996년 1월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 SK >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 구성원과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된다"며 한국의 관계 지상주의를 깨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원·부장 신년간담회에서는 "별안간에 예측도 못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빨라"라며 "우리는 가장 리얼리티를 걷는 기업가들이니까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우리(기업인)까지 들뜰 필요는 없다고, 난 그렇게 생각해"라고 말했다.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R&D)을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공 과정을 미리 예견한 듯 실질적 연구를 주문한다.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SK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 목소리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있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되어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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