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설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라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대 캠퍼스 설립을 홍보하며 배곧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해왔는데 캠퍼스 설립추진이 지연될 경우 분양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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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14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설립추진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시작한지 2달이 넘었지만 학교 측과 입장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시와 맺은 실시협약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조성은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것이라 중단하기 힘든 사업”이라며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시흥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려는 동력도 상실하고 있다.
최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에 ‘서울대 총장 역임’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진 뒤 서울대 학생들은 성 총장의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라며 총장으로서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 총장이 서울대 구성원으로부터 불신을 강하게 받으면서 시흥캠퍼스 설립추진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1일부터 총장 불신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사업계획서 공모절차도 지지부진하다. 서울대 본부 기획처는 10월부터 각 단과대에 시흥캠퍼스 건립과 관련한 교수들의 제안을 접수받았다. 하지만 2달 동안 학교에 접수된 제안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시흥캠퍼스 설립과 관련한 업무가 중단된 것이다.
시흥캠퍼스 조성이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해지면서 배곧신도시 특성화사업자인 한라의 발등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한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주택사업에서 큰 손실을 봤다. 한라는 미분양이 이어진 탓에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2012~2015년에 순손실 9700억 원을 보기도 했다.
정 회장은 한라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배곧신도시사업에 공을 들였다.
한라는 2014년 3월에 배곧신도시 특성화사업자에 선정된 뒤 서울대 캠퍼스가 유치된다고 홍보하며 ‘한라비발디캠퍼스’ 아파트를 6700가구 분양했다. 이는 예상 분양수입만 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로 한라가 최근 3년 동안 낸 평균 연매출과 맞먹는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설립계획이 지연될 경우 정 회장의 경영정상화 방안도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업계는 서울대 캠퍼스 유치가 무산될 경우 배곧신도시에 건립되는 부동산의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정보 전문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들의 반발 탓에 한라비발디캠퍼스의 분양권 거래가격이 최근 소폭 하락하고 있다.
한라가 향후 한라비발디캠퍼스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라비발디캠퍼스를 분양받은 일부 계약자들은 사업이 계속 지체될 경우 한라에 분양대금 환급 등의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