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디스플레이 구조조정을 주도해 재팬디스플레이에 올레드패널사업을 사실상 통합하며 대규모 자금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정부도 디스플레이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어서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중소형 올레드 2위 자리를 지키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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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마 미츠루 재팬디스플레이(JDI) CEO. |
니혼게이자이는 13일 “일본정부가 재팬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사업에 점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도움의 손길을 넘어 사실상 손을 붙잡아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민관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JC)는 재팬디스플레이에 76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돼 INJC의 지분율이 현재 36.5%에서 더 높아지게 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자금지원을 받은 뒤 현재 15%의 지분을 보유한 올레드 전문기업 J올레드의 지분율을 연말까지 50%로 높여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정부는 과거 디스플레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의 디스플레이사업부를 통합해 재팬디스플레이를, 파나소닉과 소니의 올레드사업부를 통합해 J올레드를 설립했다.
사실상 이번 지원결정으로 재팬디스플레이와 J올레드를 통합하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우회적인 구조조정이 정부 차원의 개입 흔적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NJC는 최근까지 재팬디스플레이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략을 완전히 바꿔 적극적인 디스플레이산업 육성전략을 펴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의 주력사업인 LCD패널의 장기부진에 대응해 중소형 올레드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무역산업부는 “재팬디스플레이의 향후 성장계획을 검토한 뒤 자금지원을 조건부로 결정할 것”이라며 “재팬디스플레이와 J올레드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J올레드가 재팬디스플레이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기술개발과 생산시설 확보에 시너지를 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추격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두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향후 올레드패널을 앞세워 디스플레이산업 부활을 노리고 있는 일본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대만 홍하이그룹을 선두로 한 중화권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홍하이그룹은 샤프 인수 뒤 구조조정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하고 대형 LCD패널과 중소형 올레드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벌일 계획을 세워놓았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중국 광저우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새로 지으며 정부 지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디스플레이산업 육성을 국책산업으로 삼고 BOE와 차이나스타 등 현지업체들의 공장 설립에 대규모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만큼 홍하이그룹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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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삼성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생산시설을 대폭 축소하며 중소형 올레드 생산을 늘리는 선제적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수율 등 기술력에서도 가장 앞서있어 선두지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뒤늦게 중소형 올레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진출을 노리며 거센 추격에 직면하게 됐다.
자칫하면 수년 안에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과 중화권업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가속화되기 전 투자확대에 속도를 내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아지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하이그룹 등의 올레드패널 양산이 시작되기 전에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전환투자를 추진할 시간을 확보했다”며 “적기에 생산능력 확보를 가시화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