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최대 1천억 달러(117조 원) 규모의 미국 IT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해 참여할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미국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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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사물인터넷 정책포럼에서 미국기업에 12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애플이 소프트뱅크 주도의 IT펀드에 10억 달러(1조1700억 원)를 출연하기로 했다”며 “대만 홍하이그룹도 참여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논의한 뒤 미국에 1천억 달러의 IT펀드 조성을 목표로 자금출연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250~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펀드가 450억 달러를 출연하기로 거의 확정지은 가운데 애플의 참여를 계기로 글로벌 IT기업들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이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고 트럼프와 만난 뒤 홍하이그룹의 로고가 담긴 서류봉투를 들고 있던 것을 볼 때 홍하이그룹의 참여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영국 반도체설계기업 ARM을 35조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관련 반도체사업 진출을 계획하며 미국에 IT펀드 조성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IT펀드를 통해 이런 관련기업에 투자할 경우 기술협력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역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투자결정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커넥티드카분야에서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며 “소프트뱅크 역시 신산업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해 참여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분야에 적용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로 스마트카 사업진출을 본격화하며 경쟁력 확보가 더욱 다급해졌다.
독자적으로 미국 IT기업에 투자할 경우 삼성전자의 자금여력에 한계가 있지만 펀드를 통해 참여하면 부담을 덜 수 있고 소프트뱅크와 협력도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에 ARM의 설계기반을 활용하고 있다. 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랜 친분이 있는 만큼 펀드참여로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나는 등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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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이 9월 삼성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했다. <뉴시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 미국의 사물인터넷 정책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사물인터넷 관련 신생기업에 1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인 실행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협력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IT펀드에 참여할 경우 이런 약속도 지킬 수 있다.
소프트뱅크와 애플이 IT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출연한 것은 미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힘을 실어 향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역시 트럼프 정부에서 전자제품의 관세를 높이거나 하만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향후 사업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야 할 필요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트럼프 정부에 사실상 고개를 숙여 미국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펀드에 참여하는 것이 또다른 정경유착사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IT펀드는 민간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신산업 기술역량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명분도 충분한 만큼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추가적인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위해 현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략혁신센터로 신산업 연구개발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며 “IT펀드에 투자할 경우 이런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