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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통치하는 베조스의 두 얼굴

오대석 기자 pscientist@businesspost.co.kr 2014-08-21 2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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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을 통치하는 베조스의 두 얼굴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처럼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은 흔치 않다.

베조스는 고객들로부터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노동계는 그를 최악의 폭군으로 꼽는다.

베조스는 2013년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CEO'에 뽑혔다. 그러나 베조스는 2014년 국제노총(ITUC)이 뽑은 최악의 CEO에 선정됐다.

베조스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는 그의 집착에 가까운 ‘고객 지상주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는 고객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도서회사도 음악회사도 비디오회사도 경매회사도 아니다. 우리는 고객회사다.” 베조스는 1999년 4월 온라인경매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 철저한 고객중심 서비스와 저가전략

베조스의 경쟁자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고객을 위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우선을 내세우지만 아마존처럼 이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베조스는 2010년 맞춤형 이메일 서비스를 싹 없애려 했다. 그가 아마존의 섹스용품 품목에서 윤활제를 보기만 하고 사지 않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섹스기구를 광고하는 맞춤형 이메일이 발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심하게 반대했다. 아마존은 맞춤형 이메일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조스는 “아무리 큰 금액이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도 될 만큼 가치있는 매출액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아마존은 ‘특정 품목’에 대한 이메일 마케팅을 접었다.

베조스는 또 고객에게 ‘착한 가격’을 제공하는 저가정책으로 유명하다. 공격적 저가마케팅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확보에 집착한다.

이는 후발주자들의 참여를 막는 효과도 거둔다. 이미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된 상태에서 뛰어들어봐야 큰 수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는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 음악 사진 등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베조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요금은 3년마다 50%씩 인하될 것"이라며 저가경쟁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클라우드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IT기업 앱제로(AppZero)의 CEO인 그레그 오코너는 이를 두고 “제프 베조스의 법칙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통치하는 베조스의 두 얼굴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오른쪽)와 그의 아내 매켄지 베조스(왼쪽)

◆ ‘절대 갑’ 베조스의 인정사정없는 횡포

하지만 베조스는 기업 생태계 속에서 '절대 갑'으로 돌변해 무자비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콘텐츠 시장의 독과점업체다. 아마존은 현재 DVD 음반시장의 30%, 전자책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낮은 공급가를 강요한다. 공격적 저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월트디즈니는 집요한 지적재산권 소송으로 악명 높은데 아마존 앞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지난 10일 월트디즈니의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말레피센트'의 예약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월트디즈니로부터 영화 콘텐츠를 값싸게 얻기 위해 제작사라는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영화 DVD는 예약판매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소비자의 관심에서 벗어나 바로 묻혀버리기 쉽다.

베조스의 이런 횡포는 전자책에서 두드러진다. 그는 아마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구매버튼을 없애거나 일부러 배송을 지연하는 등의 정책으로 출판사들을 굴복시켰다.

아마존은 2007년 킨들을 출시하면서 모든 전자책을 9달러99센트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베조스는 출판사들과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양장본 종이책의 가격은 26달러 99센트였다.

아마존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때 판매수익 중 상당 부분을 마케팅 개발기금 명목으로 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베조스의 횡포는 회사 직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배송센터에서 상품을 담는 아마존 직원들은 매일 24Km정도를 걸어 다닌다. 이들은 한 시간에 200개 이상의 물품을 취급해야 한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나눠준 휴대장치로 업무과정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IT전문기자 브래드 스톤은 “아마존 노동자들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로봇이 배송센터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아마존은 누구보다 먼저 직원들을 해고하고 로봇으로 대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베조스는 누구인가

아마존은 처음에 시애틀의 조그만 차고에서 시작됐다. 직원은 베조스와 그의 부인 프로그래머 1명이 전부였다.

베조스는 1994년 서른 살에 뉴욕 월가의 투자회사 데스코의 수석부사장을 그만두고 전자상거래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미국의 명문대학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연봉은 100만 달러였다.

베조스는 아마존 설립 후 ‘빨리 성장해라(get big fast)’를 모토로 삼아 급속도로 시장을 점유해 나갔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신속히 투자를 확대해 경쟁업체들을 흡수하거나 도태시켰다. 그 결과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유통업체가 됐다.

아마존은 이제 팔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만화나 게임에서부터 경매와 우주항공까지 아마존이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베조스는 아마존이라고 회사 이름을 지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그냥 세계에서 큰 강이 아니에요. 두 번째로 큰 강보다 몇 배나 더 크죠. 다른 강들과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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