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불법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하지만 추가 영업정지 처분은 내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어려움을 겪을 통신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장기간 영업정지라는 제재에도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이통사들을 봐준 셈이어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최성준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최성준 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어 이동통신3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당초 통신업계는 과징금과 함께 최소 7일에서 14일 정도의 영업정지를 예상했다. 이통3사가 45일 순차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영업재개 후 또 다시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통3사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최근 두 달 넘게 통신시장이 안정돼 있다”며 “추가 영업정지보다 과징금을 높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오는 10월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있고 곧 추석연휴와 기존 영업정지 처분일도 다가오고 있다”며 “추가 영업정지를 결정할 경우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이통3사가 순차 영업정지에 들어갔을 당시 피해를 입은 곳은 통신사가 아닌 영세 대리점주들이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4월 서울 강남 테크노마트의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불법 보조금 처벌로 영세 판매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통신사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와 처벌수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삼석 위원은 “이번 이통3사의 위반율과 위반 평균 보조금 액수는 역대 최고”라며 “이를 감안하면 역대 최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국민과 여론의 칭찬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홍 위원도 “돈만 가지고 대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이번 이통사들의 위반 규모가 큰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상징성을 위해 적어도 3~4일 정도의 영업정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영업정지 들어가는 SKT와 LG유플러스플, 타격 적을 듯

방통위는 이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받은 기존 영업정지에 대한 집행시기도 결정했다.

두 업체는 올해 1~2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데 대해 방통위로부터 각각 7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LG유플러스는 원래 14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지난 5월 방통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이를 7일로 줄였다.

방통위는 영업정지 집행시기를 각각 8월27일~9월2일과 9월11일~17일로 정했다. 방통위는 SK텔레콤이 가장 높은 벌점을 받은 만큼 LG유플러스에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8월27일부터 9월2일 영업정지를 선택했다. 이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9월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는 이번 영업정지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나 애플의 ‘아이폰6’ 등 신제품들이 오는 9월 공개될 예정이지만 실제 출시일은 그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의 경우 지난해 9월5일 공개됐지만 국내 출시일은 이보다 20일 늦은 9월25일이었다. 지난해 9월11일 공개됐던 애플의 ‘아이폰 5S’도 한 달 이상 지난 10월25일이 돼서야 국내에 상륙했다.

◆ SKT, 과징금 371억 원 물어

방통위는 이통3사에 총 584억1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SK텔레콤에 가장 많은 37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07억6천만 원과 105억5천만 원을 물게 됐다.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이유는 보조금 대란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위반율과 위반평균보조금 등을 기준으로 벌점을 부여했는데 SK텔레콤이 81점으로 가장 높았다. LG유플러스는 75점을 받았고 KT는 가장 낮은 33점을 받았다.

방통위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받은 벌점이 KT와 큰 차이를 보여 두 사업자를 모두 시장과열 주도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과징금은 각각 30%와 20%씩 가중됐다.

이번 방통위 제재는 이통3사가 45일 순차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지난 5월20일 영업재개 후 또 다시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인 것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통3사가 지난 5월26일부터 6월13일까지 지급했던 보조금 가운데 불법으로 판단되는 보조금 비율은 평균 73.2%로 집계됐다. 정부가 정한 적법한 보조금 상한선은 27만 원인데 이 기간 위반 평균 보조금은 61만6천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