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오리온, 매일유업 등 최근 들어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쏟아지면서 오너 등 지배주주의 수익확보가 지주사 전환을 통한 배당수익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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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형 상장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인적분할이 내년에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에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오리온, 매일유업 등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했다. 이 밖에도 한솔PNS, 유비쿼스, 크라운제과 등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밝힌 상장사가 하반기 들어서만 8곳에 이른다.
이런 움직임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와 임원보수 공시강화 등이 겹치면서 오너의 수익확보에 지주회사 체제가 유리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들어 야권을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야권은 비상장회사와 상장회사를 구분하지 않고 계열회사 지분요건을 30%에서 20%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 등이 새로 규제망에 들어오게 된다. 이 때문에 이 그룹들도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3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부터 임원의 등기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총액 상위 5명의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추가공시해야 한다. 지배주주인 총수일가의 보수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 경우 보수지급에 상당한 부담 및 저항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가 합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지주회사 지분 보유를 통한 배당수익으로 좁혀지고 있다.
지주회사의 수익원은 일반적으로 배당금과 브랜드로열티 등으로 구성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배당금과 브랜드로열티를 받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5년 정부가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하면서 고배당주식에 대한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14%에서 9%로 인하됐다. 지주회사의 배당수입 증가로 연결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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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정 연구원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일부 순환출자를 매개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업들 역시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한 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배당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지주회사의 브랜드로열티도 안정적인 수익확보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지주회사는 브랜드의 가치증진을 위해 수행하는 용역 등에 대한 대가로 계열사로부터 브랜드로열티를 받는다.
정 연구원은 “배당금 수익은 자회사의 당기순이익에 계상되는 후순위 개념이지만 브랜드로열티는 매출에 연동된 선순위 개념”이라며 “지주회사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견기업들의 지주사체제 전환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7월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산총액 요건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자산 5천억 원 이하의 기업은 샘표, 홈센타홀딩스, 제일약품, 유비쿼스홀딩스, APS홀딩스다. 영흥철강과 그랜드백화점, 유성티엔에스 등이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후보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