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2-02 14: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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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대란을 피하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로의 전환에 활로를 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생숙에서 오피스텔 전환을 허용한 서울 내 첫 단지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서 수분양자와 시행사·건설사 사이 갈등이 지속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식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롯데건설>
국토교통부는 2일 생활형 숙박시설의 합법적 사용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별 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생숙을 숙박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물량이 3천 실 이상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1천 실 이상인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지원센터가 설치된다. 그 외 지자체에도 전담 인력이 지정됐다.
생숙 지원센터 및 전담 인력은 숙박시설·주택 수급 여건, 지역 발전 방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지자체별 생숙 관리 방향을 결정하고 소유자에게 안내한다. 합법 사용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개정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관련 현황도 알린다.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가능성과 예상 비용과 관련된 사전 컨설팅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용도변경 지원을 위한 오피스텔 건축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오피스텔 각호의 면적이 120㎡를 초과하면 바닥난방을 설치할 수 없었던 조항을 삭제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오피스텔에 필요한 전용 출입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바꿨다.
아울러 면적 산정 방식을 안목치수로 바꾸지 말고 중심선 치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중심선 치수 방식에서는 벽의 중심 지점을 기준으로 면적을 측정한다. 안목치수는 벽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면적을 계산하기 때문에 중심선 치수보다 면적이 작게 나온다.
생숙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광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12년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이라는 형태로 대한민국에 도입됐다. 숙박용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으로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취사 시설의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2017년 이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가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2021년 이전에는 등기와 전입신고도 가능한 데다가 전세 자금 대출도 문제가 없어 사실상 주거 및 주거 임대 목적으로 전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2021년 생숙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부터다.
윤석열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주거시설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부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생숙 수분양자 및 거주민들은 2025년부터 매년 건축물 공시가격(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자 전국의 생숙 수분양자들은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지역의 생숙에선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자체들은 초기에는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생숙이 들어선 지역이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 경우가 많은 데다가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필요한 세대별 주차장 수량, 복도 폭 등의 조건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생숙 수분양자들이 2023년 9월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갈등이 해결될 기미 없이 소송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생숙 관련 집단소송이 최소 50여 건 발생해 허위 광고 소송 관련 인원만 3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단지로는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들은 롯데건설이 분양 당시 홍보한 대로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사기 분양이라며 분양대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분양을 시작한 시점이 이미 윤석열 정부가 생숙 규제책을 내놓은 뒤인 2021년 8월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실거주 불가와 관련해 충분한 설명이 이미 진행됐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생숙 구제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8월20일 제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허가했다.
서울시는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오피스텔 내부가 아닌 인근 상업시설의 주차장을 야간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차장을 확보 했음에도 주차장 수 조건을 만족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등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10월16일 아예 '생활형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오피스텔 전환 문턱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돕기 위해 획일적 규제 방식이던 것을 고쳐 당초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욱 현실적이고 유연한 규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복도 폭은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 성능이 인정되기만 하면 용도변경을 허용한다. 주차장 조건은 외부 주차장, 지자체 비용 납부, 지자체 조례 개정 등을 통한 다양한 대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일종의 시범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오피스텔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분양자와 시행사·건설사의 갈등이 지속되는 점은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정책이 의도한 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제 현장에서 관계 주체들 사이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생숙 가운데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외에도 충북 청주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이 11월20일에 용도변경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충남 아산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 등이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용도변경을 진행중인 단지 가운데 일부 단지는 시행사인 마곡마이스피에프브이가 용도변경 제반 비용을 전부 부담했던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달리 수분양자들과 비용 부담을 나누기로 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을 둘러싼 수분양자와 시행사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변경 제반 비용을 시행사가 전부 부담한 롯데캐슬 르웨스트조차 최근 하자 문제를 둘러싸고 수분양자들이 잔금과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 입주 거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를 향해 냈던 허위 광고 관련 소송 또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이 마무리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전체 876가구 가운데 600여 명이 목적을 하자 문제로 바꿔 여전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관련해 강경책과 온건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시행을 맡은 마곡마이스피에프브이(PFV)는 11월15일 법적 조치 가능성이 담긴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롯데건설은 마곡마이스피에프브이의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급계약 6조에 따른 계약 해제 및 분양 대금 10% 몰취 △지급명령, 가압류 등 법적 조치 △시행사가 납부한 중도금 대출이자 청구 △오피스텔 용도변경 관련 비용 청구 등이다.
온건책을 살펴보면 11월29일까지 잔금 납부 예정 확인서를 작성한 세대가 24일까지 분양 대금을 완납한 가구에 면적에 따라 800만 원에서 1800만 원 수준의 입주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주 거부를 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었다는 점은 강서구청에서도 직접 보고 가신 만큼 객관적으로 확인이 된 부분"이라며 "잔금은 잔금이고 하자는 하자이기 때문에 이것을 한 번에 엮어서 처리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