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추진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분사를 결정해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를 봐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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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수주부진 탓에 경영난이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현대오일뱅크는 18일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2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시가총액이 5조2693억 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91.13%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가치가 4조8천억 원을 넘는다.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활용할 경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비조선사업부를 분사하면 존속법인과 신설법인들의 부채비율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이유가 상당부분 사라졌다.
현대중공업은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분사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부채 4조2573억 원을 각 신설법인에 이전한다.
분사가 끝나면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기존 106.1%에서 95.6%로 10%포인트가량 개선된다. 차입금 의존도도 기존 24.9%에서 17.7%까지 낮아져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인적분할 뒤 세워지는 신설법인 현대일렉트릭&에너지와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의 부채비율은 각각 170%, 123.2%, 95.2%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내 조선업 평균 부채비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굳이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분사 후 각 신설법인의 상장을 재추진하는 점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추진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주식 전량(91.13%)를 현대로보틱스로 옮기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가 현대중공업에서 현대로보틱스로 바뀌는 것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5월10일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데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를 기업공개하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공개는 분사작업이 완료된 뒤 시장상황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