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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수사 수용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담화문을 침통한 표정으로 읽은 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뿐 아니라 올해 2월에도 5대그룹 총수와 비공개로 개별면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가성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 출범 이후에도 특정 기업을 상대로 추가로 돈을 낼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가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 대통령의 운명은 검찰과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바람 앞에 선 촛불 신세가 된다.
◆ 박근혜, 재단 출범 이후에도 직접 나서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올해 2월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전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와 개별면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 설립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 7명과 별도로 비공개 면담을 했는데 당시 재단설립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는 지난해 10월, K스포츠는 올해 1월 각각 설립됐다. 박 대통령이 올해 2월 5대그룹 총수를 다시 만난 시점은 두 재단이 이미 출범한 뒤다.
지난해 7월 첫번째 독대의 경우 재단 출범을 앞두고 지원금 출연과 관련 포괄적 요청이 오갔을 것으로 추측되는 반면 올해 2월 두번째 독대눈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지원논의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월29일 SK를 찾아가 80억 원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K스포츠는 3월에도 롯데 측에 접근해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5월 70억 원을 롯데측으로부터 받았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반환했다.
이런 앞뒤 정황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이 5대그룹 총수를 직접 만나 먼저 추가지원을 압박하고 재단 실무자들이 기업들을 찾아가 지원금 액수를 놓고 ‘딜’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오찬간담회 뒤 박 대통령과 독대한 총수 7명을 비공개로 차례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사상 처음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에게 재단 설립준비와 관련한 상황을 묻고 거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역정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도 검찰수사에서 미르와 K스포츠 설립 과정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모금대상 기업들과 접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SK 최태원 사면, 롯데 비자금 수사 둘러싼 의문
지금까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미르와 K스포츠는 최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의 진술이나 두 차례에 걸친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정황 등을 보면 두 재단이 사실상 박 대통령 소유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올해 2월 일부 기업총수를 추가로 독대할 정도 재단출범은 물론 운영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53개 기업들이 이미 8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출연했고 재단 출범까지 마친 상황에서 사업지원을 또 다시 요구했다면 그 대가로 개별기업들의 민원요청이 오갔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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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의 경우 지난해 7월 이뤄진 청와대 독대에 최태원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회삿돈 4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기 때문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대신 대통령을 만났다.
최 회장은 그뒤 8월15일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대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 2월에는 박 대통령과 개별면담을 했다. 최 회장의 사면복권과 SK그룹의 재단 출연, 그리고 최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를 놓고 거래를 했다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도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신동빈 회장도 올해 2월 박 대통령이 추가로 개별면담을 한 기업인 5인 가운데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지난해 출범을 앞두고 이미 17억 원을 낸 상태에서 올해 3월 경 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또 냈던 셈이다.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앞둔 시점에서 돈이 오간 점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박근혜 처벌 가능한 죄목은
미르와 K스포츠가 최순실씨 소유가 아닌 박 대통령의 것이며 박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기업들에 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기업들의 편의를 봐준 것이 확인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기업들도 대가를 얻은 부분이 입증되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이지만 법률적으로 처벌하기 어렵거나 수위가 낮은 반면 대기업에게 돈을 내도록 거래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검찰수사 외에도 특검을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또 최악의 경우 탄핵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검찰수사나 특검결과 현저한 범법사실이 입증되면 어떤 운명을 맞게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 시국의 위기를 넘기더라도 임기 이후 기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바라본다.
법조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 등과 관련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타인에게 금품을 제공하도록 하는 경우 적용된다.
두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액수는 800억 원에 이른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실제 주인’으로 의심받는 최씨를 위해 대기업이 기부하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같이 여러 직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에게 금품을 주는 것은 특정 이권이나 편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1억원 이상 뇌물죄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또 ‘직권남용·권리 행사 방해’ 혐의도 적용이 가능하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과 관련해 정당한 한계를 넘어서 타인에게 의무 없는 행위를 하게 할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업무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직무와 무관한 업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 대통령이 기업을 상대로 재단에 돈을 낼 것을 요구했다면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