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가 올해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호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다 철도파업의 영향까지 받고 있다.
15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가 실적부진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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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의영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사장. |
한일시멘트는 3분기에 매출 3746억 원, 영업이익 294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줄었다.
국내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조445억 원, 영업이익 66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4% 급감했다.
드라이모르타르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실적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시멘트는 드라이모르타르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탈부문에서 3분기에 영업손실 70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 부문에서 영업이익 207억 원을 냈었는데 적자로 돌아섰다.
드라이모르타르는 시멘트와 모래, 혼화재를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건축자재다. 한일시멘트는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한 강자다.
하지만 삼표가 최근 2년 동안 드라이모르타르 공장을 증설하며 드라이모르타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자 한일시멘트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표는 2014년 말에 연간 70만 톤 규모의 드라이모르타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처음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도 인천에 연산 70만 톤 규모의 2공장까지 증설했다. 최근에는 부산지역에 3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은 10%대까지 올랐다.
반면 한일시멘트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70%대까지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레미탈부문의 경우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쓰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와 삼표, 아세아시멘트 등이 드라이모르타르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판매단가를 낮추면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시멘트는 4분기에도 철도파업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부진할 공산이 크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생산공장이 충청북도 단양 등 내륙지방에 분포돼있는 내륙사로 분류된다. 시멘트를 납품하기 위해서 전체물량의 50~60%를 철도로 운송한다.
하지만 화물열차의 운행횟수가 줄어든 탓에 한일시멘트는 운송비가 철도보다 비싼 BCT(벌크시멘트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화물열차를 이용할 경우 한 번에 1천 톤을 운송할 수 있지만 BCT는 1대의 운송량이 25톤에 불과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일시멘트는 철도파업의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군포사일로(시멘트저장소)에서 출하되는 시멘트 물량을 기존의 50%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철도파업 이후 현재까지 시멘트업계에서 발생한 시멘트수송 차질물량은 40만 톤을 넘어섰다. 시멘트업계의 총 피해액은 7일 기준으로 4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의 평균을 종합하면 한일시멘트는 올해 매출 1조4305억 원, 영업이익 912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7%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24.4% 줄어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