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임박했다.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서비스분야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제주에 중국계 싼얼병원이 들어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놓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져 의료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싼얼병원 제주도에 들어서나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주도에 중국계 영리의료법인 싼얼병원을 세우는 방안을 재검토해 9월 중으로 승인을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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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이는 지난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에서 보건의료서비스분야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은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외국영리병원)을 유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싼얼병원은 중국 의료법인 CSC가 500억 원을 투자해 설립을 추진하는 영리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하 2층과 지상 4층 규모로 48병상이 들어선다.
CSC는 싼얼병원을 통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성형수술 피부미용 건강검진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싼얼병원은 지난해 2월 설립을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고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시술을 포기하고 현지병원과 응급의료 협약도 맺어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 싼얼병원 설립, 외국 영리병원 물꼬 트나
정부는 제주도 싼얼병원 설립과 함께 인천 송도 등 자유경제구역의 영리병원 설립 기준도 제주도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이 지역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외국의사의 고용비율이 10%를 넘어야 한다. 또 병원장과 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 이상이 외국인이어야 한다.
반면 제주도의 경우 규정이 ‘외국의사의 종사가 가능하다' 정도로 자유로운 편이다.
정부는 제주도에 첫 외국영리병원이 들어서고 다른 지역도 규제가 풀리면 투자가 이어져 해외환자 유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천 송도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수도권에 위치해 외국영리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송도에 뉴욕장로교병원과 존스홉킨스 병원 등이 들어오려 했으나 정부규제와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 한다. 정부는 2013년 21만 명 수준인 해외환자를 2017년 5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리려고 한다.
◆ 야당 시민단체 등 강력 반발
그러나 이번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을 놓고 시민단체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외국영리병원 허용이 사실상 내국인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외국의사의 고용비율, 병원장 및 진료의사결정기구의 외국인 비율을 대폭 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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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지사 |
공공운수노조연맹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13일 “추진되고 있는 영리병원은 이름만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이라며 “국내자본이 투자되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고 외국인의사 비율에 대한 규제도 허물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체계 전체가 영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놓고 "특정병원에 노골적 특혜를 제공해서라도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에 기인한 의료영리화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또 하필이면 왜 싼얼병원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상적 영업으로 48병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 당국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중국에서 하지 못하는 불법 줄기세포 치료를 하려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와 제주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의료 민영화와 연결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논리의 비약”이라며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시범사업으로 국한된 것으로 건강보험체계도 99.9% 유지된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도 “500억 원이 넘는 직접투자와 1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