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선에서 ‘정권심판론’에도 정치적 텃밭을 수성하면서 당내 리더십을 공고히 다지게 됐다.
한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해 강력한 쇄신 요구를 하면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가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현재 받고 있는 각종 의혹에 답변해야 하며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의 문제와 관련해 한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소극적 방식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정면으로 영부인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대통령실을 향한 견제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읽힌다.
한 대표가 이처럼 강하게 대통령 부부를 압박하는 배경에는 재보선에서 텃밭을 지킨 여세를 몰아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연관된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국민의힘이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온 만큼 정치적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명태균씨는 최근 김건희 여사와 정치전략을 상담했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공개함으로써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부인의 국정농단 의혹 논란’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당 차원에서 당무감사를 통해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영부인에 대한 형식적 의전만 진행해야 국민의힘이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외교와 관련된 의전을 제외하고는 대외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겨우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봉사활동을 비롯한 모든 활동을 접어도 상황이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까지 다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현지시각 11일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를 향한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당안팎의 의견을 모아 재보선 이후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직접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영부인을 둘러싸고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대통령실 보좌진에 대한 교체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 등을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 규정하고 비판에 나선 바 있어 한 대표가 독대에서 이를 거론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
한동훈 대표가 영부인 문제해결을 진언할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며 "한 대표가 일시적 빈말을 한 것은 아닌 만큼 대통령과 마주 앉아 기탄없이 건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부속실 출범 정도의 약한 대책은
한동훈 대표가 아예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 "그것만으로 해법이 되기는 이미 때가 많이 늦었다"며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는 분들이 남아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친한계가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모습이 나타나자 친윤(친
윤석열)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과 독대를 앞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실도
한동훈 대표도 서로를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친윤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한동훈 대표가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것이 선거에 유효하게 작용한 만큼 앞으로 당정관계가 다시 정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17일 출연해 "이번 재보궐 선거는 대통령실과 차별화를 내세운
한동훈 대표의 전략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대통령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 지형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