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불러온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을 필두로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약물이 없어 안방인 국내시장을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위고비(사진)이 10월 중순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는 10월 중순부터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노보노디스크 비만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의 국내 유통을 담당한 쥴릭파마코리아가 위고비도 맡는다.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요 성분으로 포함하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 투여만으로도 삭센다보다 체중 감소 효과를 크게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들이 자신들의 체중 감량 비법으로 꼽으며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실제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상반기에 위고비로 매출 약 195억 달러(26조8749억 원)를 냈다. 1년 전보다 24% 중가한 수치다.
위고비가 출시된다면 국내 비만약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국내 비만약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점유율 37.5%로 1위, 미국 제약회사 비버스의 큐시미아가 19.9%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비만약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약 178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세계 4위 규모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연구서비스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약 시장은 2019년 1341억 원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7.3%씩 늘어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고비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위고비 경쟁 상대로 여겨지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파티드)의 국내 출시도 빨라질 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라이릴리는 이미 7월30일 제품 '마운자로'로 성인 환자의 만성 체중관리를 위한 식이 운동요법 보조제로 품목허가를 받아 뒀다. 마운자로는 애초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비만치료제로 변신한 약물이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의 상품명을 젭바운드로 바꿨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약이 잇따라 국내 비만약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시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칫 안방인 국내 시장을 외국 제약사에게 뺏길 염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나마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빠른 회사는 한미약품이다. 하지만 한미약품도 2027년에야 비만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인 에페글레나타이드로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 한미약품(사진)은 현재 비만약 치료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이 2026년 상반기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후속 절차를 감안하면 빨라도 2027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뒤를 이어 HK이노엔이 올해 5월 중국 제약사로부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후보물질을 도입하면서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고 나머지 LG화학과 광동제약이 비만치료제 관련 신약후보물질로 임상 2상에 진입한 수준이다.
이외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 1상에 들어갔거나 전임상 단계 혹은 약물 탐색 단계를 밟고 있어 상용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 비만약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이들의 점유율을 뺏어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선점 효과를 뚫고 시장에 안착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출시가 예정된 위고비의 출하가격이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사에게 기회가 없지 않다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국내 제약사들도 국내 비만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고비의 출하가격은 용량에 상관없이 1펜에 37만2천 원대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급여 품목 특성상 의료기관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위고비를 구매하는 가격은 이보다 비쌀 가능성이 크다.
삭센다도 출고가격이 7만~8만 원이지만 실제 구매 가격은 약국에 따라 9만~15만 원에 형성돼 있다.
이는 최대 2배 수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위고비 역시 70만 원대 넘는 가격에도 팔릴 수 있다는 뜻이다.
비만약 특성상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아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만약을 찾는 고객을 공략한다면 국내 제약사에게도 위고비의 선점 효과를 이겨낼 무기를 지닐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들은 국내에서 약을 제조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제약사의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위고비가 국내에 먼저 출시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공급 부족 문제가 있어 출시하더라도 국내에 물량이 풀릴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선점 효과도 있겠지만 소비자가격이 비싼 만큼 국내 제약사들의 가격 경쟁력에 따라 추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