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10-02 12:37:19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내부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소액주주 보호와 투자시장 건전화 정책 논의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금투세에 부정적인 투자자 여론에 편승해 이를 아예 폐지하라고 압박하는 국민의힘 공세에 대응하면서도 조세정의 실현을 원하는 핵심지지층의 아쉬움도 달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주주 이득을 위해 소액주주 이익이 훼손된 국내 대기업 사례들을 분석하며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일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 11간담회실에서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한 국정감사 제안 토론회`를 열어 대기업 총수일가의 소액주주 이익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삼아 소액주주 권익 보호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대기업 계열사 분할과 합병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논의됐다.
김남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확대하고 이사의 주주 공정대우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확대하게 되면 소액주주의 이익도 회사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 요소로 격상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9월24일 민주당이 개최한 금투세 토론회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독립의사 선출을 의무화 △감사 분리선출과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 제안 허용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특례법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자본시장 건전성 논의를 주도하면서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핵심 지지층 여론을 달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투세와 관련해 민주당이 증시 침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시행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수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민변 복지위, 야4당(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지난 2020년 12월 합의로 도입한 금투세를 뒤늦게 한 차례 시행을 유예해놓고 이제와서 유예와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침체한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상법 개정을 비롯해 입법에 적극 나서면 된다고 주장했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5월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을 통해 증시 저평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2일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담고 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은 주주의 이익 침해 행위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흡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됐다`며 “이번 발의를 통해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우리 자본시장의 저평가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법안을 추진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국내기업의 저평가 문제 개선에 나서는 것은 금투세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공세에도 대응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식시장 부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금투세를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폐지론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월7일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며 "증시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반영된다"며 "증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투세와 같이 큰 주가하락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제도를 강행한다면 퍼펙트 스톰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논리다. 증시의 투명화를 통해 저평가 해소를 추진한다면 여야 합의로 마련된 금투세를 폐지하라는 국민의힘 공세에 대응할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금투세 폐지에 여론의 무게가 다소 실리는 모양새라 민주당으로서는 금투세 유예 또 폐지와 관련해 정책적 방향을 잡는데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씨앤아이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금투세 시행 방향’에 관해 물은 결과 ‘폐지’가 36.1%, ‘예정대로 시행’ 30.6%, ‘시행 연기’(유예)가 17.7%로 집계됐다. ‘모름’은 15.6%였다.
지지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예정대로 시행’을 원한다는 응답이 37.7%로 ‘폐지’(22.8%)를 두 자릿수 이상 앞섰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폐지’를 원한다는 응답이 53.5%로 ‘유예’(12.6%)나 ‘예정대로 시행’(19.9%)보다 높았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도층에서는 ‘폐지’ 35.4%, ‘예정대로 시행’ 30.4%, ‘유예’ 21.7%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9월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2024년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림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