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순실씨가 추진해온 독일 승마사업에 거액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현 정권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검찰이 최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돈을 낸 기업들의 경우 대가성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
|
|
▲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독일 승마사업에 거액을 지원하는 대신 사업상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파장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경영부문 대표가 삼성그룹이 최씨의 독일 승마사업에 28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최씨 측으로부터 노조문제 협력과 연구비 등 정부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내용을 SBS가 6일 전했다. 쿠이퍼스 대표는 최씨 개인회사인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사다.
삼성그룹 측이 정부지원 약속을 바라고 거액을 지원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가성이 입증될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에 대해서 지원금 성격을 놓고 대가성 여부에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지원을 약속했다는 대목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돌고 있다. 삼성테크윈 등 4개 방산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과 관련된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최씨 모녀를 직접 지원한 시점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 합병과정과 겹쳐있다는 점에서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경실련은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지난해 9~10월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문제로 시끄러웠던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씨가 소유한 코레스포츠에 35억 원을 송금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경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나 자금지원 등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삼성그룹은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표를 한표라도 얻기 위해 경영진까지 주주 설득에 나서야 했는데 결국 삼성물산 단일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준 덕분에 합병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국내 투자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며 주요 기업들의 사업적 이슈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당시에는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된 적이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서 국민연금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앞두고 직접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최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현 정부 실세들이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정부 모든 부처에 막강한 입김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광 전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갈등을 빚다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올해 2월 선임된 강면욱 본부장(CIO)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대구 계성고 및 성균관대 1년 후배로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약 삼성그룹이 비선실세인 최씨를 이용해 정부쪽 지원을 기대했다면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개편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통합해 삼성물산 및 삼성생명이 다수의 자회사를 각각 지배하는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을 단일 주주 중 가장 많은 8.69%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간의 얽혀있는 그룹 출자구조 등을 풀기 위해 정부 쪽의 협조가 절실한 것도 사실"이라며 "삼성그룹 입장에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 최씨 모녀에게 별도의 지원을 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