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3조원 대 현금 실탄을 손에 쥔 크래프톤이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 ‘선택과 집중’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크래프톤은 사뭇 다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선을 끈다.
12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
▲ 11일 크래프톤은 숏폼 영상 플랫폼 기업 스푼랩스에 1200억 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
지난 11일 크래프톤은 숏폼 영상 플랫폼 기업 '스푼랩스(전 스푼라디오)'에 1200억 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크래프톤이 그동안 진행한 비게임 투자 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스푼랩스는 오디오 플랫폼 스푼을 개발해 서비스 10년 차에 접어든 기업이다. 일본시장 진출 성공으로 2022년 흑자 전환했으며 매출의 절반 이상의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내세워 콘텐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는 숏폼 드라마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스푼랩스 경쟁력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며, 숏폼 플랫폼을 통해 크래프톤의 게임 지적재산권(IP)를 영상화하거나, 비글루 내 IP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연계 시너지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스푼랩스는 이미 지난 수 년간 스푼을 통해 탄탄한 해외 사업 역량을 증명해 온 기업"이라며 "이번에 진출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 사업에서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발굴하고, 산업 생태계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던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시기 이후 다시 본업인 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인수거래(M&A)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외 게임개발사를 중심으로 IP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중심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비게임 영역에서 공유오피스 사업 패스트트랙아시아(223억 원),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200억 원)에 각각 투자하는 등 등 게임 외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제트와 합작 투자로 설립한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1월 오버데어에 408억 원을 투입해 지분 85%를 확보했다. 최근 게임사들이 코로나19 시기 이후 메타버스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시점에서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기업공개(IPO) 이후 활발한 외부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된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3조333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차기작 개발에 집중하던 김 대표는 최근 든든한 곳간을 바탕으로 외부에서도 확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20년부터 상당부분을 성수동 일대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분산 투자를 노리기도 했으며, 지난해 1월 '퍼블리싱 역량 강화' 기조를 밝히고 지분투자와 퍼블리싱을 통해 외부 IP를 수급해왔다.
다만 크래프톤의 지속적 투자 행보에도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확보한 IP가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거나, 기존 투자산 자산과 관련해 손상차손을 꾸준히 인식하는 상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한 게임을 흥행시킨 게임사의 그 다음 과제는 신작을 흥행시키기 전까지 게임 외 안정적 매출원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크래프톤의 부동산 투자와 신사업 확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