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2024-09-12 17: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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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오른쪽에서 5번째)을 비롯한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12일 여의도 전경련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 공청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개정판 ‘ICD-11’에서 ‘게임 중독’을 ‘코드 6C51’로 질병으로 분류했을 때, 이 코드를 국내에 도입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이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가 구성됐지만,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연구용역 외에는 별다른 성과 없이 계속 논의는 미뤄졌다. 그러나 통계청의 질병분류체계(KCD) 9차 개정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의 정식용어)의 질병코드 국내 등재 여부를 두고 논의하는 첫 공청회가 12일 열려 이목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서영석, 임광현, 전진숙 의원은 12일 여의도 전경련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강 의원은 “그동안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한 대부분의 콘퍼런스가 찬성이나 반대에 쏠려 균형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산업, 문화,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입장이 엮여있는 만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포럼은 두 번의 발표 세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 박현정 통계청 통계기준과장은 이슈와 관련된 정부 부처별 입장을 발표했다.
이 과장은 “게임이용장애가 실제 존재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며 “국민의 60%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게임산업에 끼칠 수십 조 원의 피해는 확실한 만큼,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질병 여부와는 별개로, 과도한 게임 이용을 방지해 건강한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통계청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표준 분류를 5년마다 개정을 거쳐 마련하고 있다”며 “게임이용장애는 2030년 10차 개정 이후에 적용될 예정이며, 다양한 토의와 연구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상규 한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는 2013년부터 본격적 연구가 시작됐고, 2018년에는 다른 중독 현상과 같이 묶여 자료가 상당히 정립됐다”며 “이제는 질병 도입을 넘어 대응법을 고민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의 공존, 장시간 이용의 1년 이상 반복, 조절력 상실 같은 행동 악화 등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구체화됐다”며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이용 방식이 문제”라고 했다.
▲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게임이 일반적인 상품은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발표 슬라이드를 제시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보면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위험하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은 비판하지만, 반대로 현재 게임이용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지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균형적 관점에서 올바른 게임 이용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게임은 일반적 상품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약간 위험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게임 이용에 달릴 ‘낙인’이 우려된다”며 “게임 이용 비용이 낮아 게임 이용률이 높을 뿐인데, 이를 도박과 동일 항목으로 묶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질병으로 정의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고, 질병으로 정의하는 것이 정답인지도 애매하다”며 “건전한 게임 이용은 중요하지만, 정신의학적의 판단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질병으로 등록됐을 때 기준의 오남용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문석 한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도 “WHO 기준은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으며, 이를 국내 도입하는 것도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며 “다른 분야에도 중독을 붙이면 차이점이 없는데, 유독 게임을 문제 삼는 것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 폐지된 ‘셧다운제’, 통과되지 못한 4대 중독법 등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했다”며 “만약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면 확실한 검증과 협의 등을 거쳐야만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것”이라고 했다.
발표가 끝난 뒤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주제는 '게임이용장애의 존재성'과 '해당 문제에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설정됐다.
찬성 측은 "과도한 게임 이용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정신과학적 접근을 상대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분야의 특성상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관련 치료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주장을 의학적으로 반박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에 방법론과 논리에 비판이 쏠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접근했을 때 명확한 인과 관계는 없는 상황"이라며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