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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부회장 |
이홍구 부회장이 이끄는 한글과컴퓨터가 2분기 연속 최대실적을 만들어 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유주식을 총 5만 주로 늘렸다. 한컴의 앞날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한컴을 매출 1조 원대의 글로벌IT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2분기 연속 최대실적 달성
한컴은 2분기에 매출 119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을 올려 2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영업이익은 25% 늘어났다.
한컴의 실적개선은 개인 소비자들의 구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한컴은 “올해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전국망의 유통사들과 협력하여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등 개인소비자들의 구매율을 높여 매출확대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한컴은 하반기에도 실적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 전용 오피스와 모바일 오피스가 주요 제조사의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한컴은 지난 1분기에도 1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한컴은 과거 주로 정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했지만 올해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1분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매출이 목표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 "매출 1조원 글로벌IT기업 만들겠다"
이홍구 부회장은 2010년 말부터 한컴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략발표회에서 2023년까지 한컴을 매출 1조 원의 글로벌IT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기업에서 글로벌 종합솔루션 서비스기업으로 거듭나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IT 혁신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과 MS를 이길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성공을 자신하는 것은 제3의 대안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모바일 오피스만큼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한컴의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인 ‘씽크프리 모바일’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에 탑재돼 세계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
한컴은 또 적극적 인수합병과 외부연계 강화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컴은 지난 3월 MDS테크놀로지를 인수해 8개의 자회사를 갖춘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해외에도 6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한컴은 목표인 매출 820억 원, 영업이익 27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지분매입은 내 자신을 담보로 건 것"
이 부회장은 지난달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자기주식 5만 주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총 보유주식은 20만 주, 지분율은 0.86%로 늘었다.
이 부회장은 2011년과 2012년 총 15만 주를 시장에서 매수한 데 이어 이번에 5만 주 역시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어 있고 공격적 마케팅과 영업으로 꾸준히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해외진출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지속적 기업가치 상승에 확신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1년 한컴 신임대표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본업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한 뒤 바로 다음날부터 며칠에 걸쳐 한컴 주식 11만5천여 주를 매입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내 자신을 담보로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4700원이던 주가는 현재 2만4천 원 수준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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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구 부회장이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글과컴퓨터 전략발표회에서 글로벌IT기업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 “국민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
한컴은 1990년 이찬진 현 드림위즈 대표와 김택진 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1989년 개발한 ‘아래아한글’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창업 다음해 매출 10억 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1993년 매출 100억 원 고지를 돌파하며 벤처의 성공신화를 써내려 갔다.
그러나 한컴은 90년대 중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이곳저곳에 퍼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발목이 잡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세도 이겨내기 힘들었다.
한컴은 1998년 MS로부터 2천만 달러를 투자받는 대신 ‘아래아한글’ 개발을 포기하려 했지만 ‘한컴을 살리자’는 ‘한글 살리기 운동’이 벌어져 전략을 수정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국민의 성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글과컴퓨터는 없었다”며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그 뒤 한컴은 2000년대 들어 8번이나 인수매각이 반복되며 주인이 바뀌었다. 경영악화는 물론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지금의 주인은 9번째다. 2010년 말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의 김상철 회장이 670억 원에 한컴을 사들였다.
김상철 회장은 2011년부터 모든 금융부채를 없애고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전권을 위임했다.
◆ “회사 자금 빼내가지 마라”
대주주가 고심 끝에 선택한 사람이 바로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HP를 거쳐 델코리아 한국 지사장을 역임한 정보기술(IT)업계의 베테랑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대주주 김상철 회장에게 기존 대주주들처럼 회사 자금을 빼내가지 말 것,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 몸담고 있던 델인터네셔널(델코리아) 지사장 자리에서 연봉을 줄여가면서 한컴 CEO가 됐다.
이 부회장은 당시 “외국계기업에서 한국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그들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봤고, 항상 빚진 마음이 있었다”며 “언젠가 글로벌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한국기업에 쏟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상철 소프트포럼 회장은 그의 영입을 두고 “한국 최고의 CEO를 모셔서 한컴의 명예와 실제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컴은 이 부회장이 영입된 뒤 3년 만에 김상철-이홍구 각자대표체제에서 이홍구 단독대표체제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