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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불통' 승부수, 벼랑 끝으로 더 내몰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1-02 16: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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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벼랑 끝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책임총리'를 포함한 개각카드를 꺼내들어 속전속결로 일거에 국면반전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의 일방독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사태수습은커녕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공산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의 '불통' 승부수, 벼랑 끝으로 더 내몰려  
▲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2일 국무총리에 김병준 국민대 총장,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내정했다.

김 총리 내정자와 박 장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지낸 인물이다. 임 부총리 내정자와 박 장관 내정자는 모두 전남 출신이다.

박 대통령은 10월30일 청와대 고위 참모 5명을 물러나도록 한 지 사흘 만에 총리를 포함한 쇄신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정치권과 협의을 거치지 않고 속전속결로 총리를 포함한 개각인사를 발표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여야가 박 대통령의 2선 퇴진과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는 등 권력이양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개각카드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총리로 발탁한 것은 노무현 정부 인사를 등용해 야권을 달래고 새누리당의 요구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문회 문턱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와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시간을 더 이상 끌수록 불리하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비교적 정치성향이 옅어 테크노크라트로 분류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에 중용해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임 위원장은 올해 정부 주도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을 이끌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인사를 통해 거국중립내각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야권이 동의할 수 있는 책임총리를 앞세워 중립내각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도 2선 후퇴를 포함한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위기국면에서 어김없이 개각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임기 1년 여를 앞둔 상황에서 과거 정권에서 되풀이돼온 ‘레임덕’을 넘어서는 사상 초유의 현 위기상황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당은 소추까지는 안되도 대통령을 수사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마당이다. 검찰 수사가 최순실씨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흐를 경우 박 대통령의 하야나 퇴진을 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역전될 가능성도 높다.

주요 외신들도 2일 박 대통령의 개각인사가 여소야대 지형에서 사태수습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정부는 정치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개각을 단행해 비판여론에 대응해왔다”면서도 이번 개각이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여소야대 국회의 상황을 들어 “박 대통령이 총리를 포함한 내각인사를 스스로 단행해 거국내각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를 잠재울 생각이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현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야권은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인사를 계기로 오히려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정성있는 사과와 책임을 지기는커녕 개각을 단행해 일방적 독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불통' 승부수, 벼랑 끝으로 더 내몰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인사를 비판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대표는 2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권은 애초에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보다 거국중립내각으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막상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안을 수용하기로 하자 야권 내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박 대통령의 내각인사 발표는 정치권에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협의를 거치지 않고 오만과 불통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일체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 발표는 대통령의 변함없는 불통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번 인사가 당과 국민을 또다시 절망을 빠뜨린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거국내각 총리는 국민의 신뢰는 물론 야당의 흔쾌한 지지가 있어야 정부를 통할하고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면서 나라를 끌어갈 수 있을지 말지"라며 "그런데 최순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안종범 전 수석이 검찰 출두하는 날에 국회와는 한번도 협의 없이 총리를 지명하나"라고 성토했다.

이번 개각인사를 계기로 야권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에 부응해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각발표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 역시 정치적 해법을 못 찾을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릴 뜻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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