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여야 국회의원의 연구모임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 포럼 창립총회’에 강연자로 나서 한 말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연일 집값 상승세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1월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적 문제에 따른 집값 상승에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을 쏟아낸 것이다.
이번 발언이 단순히 통화정책 운용의 아쉬움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 총재가 8월 금통위 이후 열리고 있는 외부 행사마다 연일 집값 상승세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7일 한국은행과 서울대학교 공동 심포지엄 행사에서도 부동산 가격 문제를 언급하며 통화정책이 아닌 사회구조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집값 상승에 발목이 잡혀 애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국내 증권가에서는 집값 상승세 추이에 따라 이 총재가 10월이 아닌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과 금융당국의 대출 관련 규제 효과를 모니터링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수적 관점에서 10월보다는 11월, 연내 1차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최근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불안 확대로 한국은행의 또 다른 책무인 금융안정이 위협될 소지가 있다”며 “인하 시작 시점을 보수적으로 택할 가능성에 10월 보다는 11월 인하 가능성이 소폭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이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들이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통화정책의 무게 추를 부동산과 가계부채로 옮기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태에서 금리를 동결한 건 내수는 시간을 두고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들도 한국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부동산과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과 금융통화위원들이 그 효과를 10월 금통위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한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정부의 부동산 및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기태의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단 10월 금통위에서 1회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는 있으나 10월 금통위까지 6주 정도 남은 상태에서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더라도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하려면 10월은 돼야해 당장 10월에는 가계부채가 잡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이런 흐름을 볼 때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치권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는 있으나 이 총재는 여기에도 단호한 태도로 대응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자 “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 이 총재는 27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금통위의 결정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다”며 “왜 우리가 지금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며 반박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