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벗어나 있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만 빼고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등 경쟁업체들은 모기업과 계열사들이 미르와 K스포츠에 수십억 씩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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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미르 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28억 원을, 롯데케미칼이 17억 원을 두 재단에 기부했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돌려받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이 204억 원을,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종합화학, SK텔레콤 등이 111억 원을 출연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가 1억5천만 원, 이마트가 3억5천만 원을 내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미르와 K스포츠에 롯데와 SK 등이 수십억의 돈을 바친 것과 면세점 입찰이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선실세가 사실상 만들고 운영해온 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는 것은 대가성을 전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면세점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대가성 출연이라는 의혹을 받게 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5개 업체 가운데 미르 및 K스포츠와 연결고리가 없는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이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백화점 측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관세청의 평가항목에 기업의 도덕성과 관련된 항목이 없다. 관세청은 운영인의 경영능력,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 주변환경요소,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12월 선정되는 시내면세점 심사과정에서 대기업 비리에 대한 분명한 심사기준이 마련돼야 뒷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들에게 모두 시내면세점을 안겨주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심사기준으로 면세점업체들을 평가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지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이번 이슈를 완전히 배제하고 평가를 진행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이슈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면세점 특허획득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