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8-26 1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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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주의 이익 추정치가 불안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수혜를 보는 종목도 있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를 비롯해 통신·유통·항공·유틸리티 등이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원화와 달러 자료. <연합뉴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보다 13.8원 급락한 1325.0원에 장을 시작했다.
현지시각으로 2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고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완화적 태도를 보이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전날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68으로 0.83% 하락했다.
원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수출주 이익 추정치에 의구심이 커질 수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한 원/달러 환율 분기점은 1350원으로 이를 장기간 하회하면 이익 달성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업계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금융(금융지주, 보험, 증권)업종과 경기방어주 역할을 하고 배당성향이 높은 통신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으로 조언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유틸리티업종과 항공주도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은 수출주에게 호재로 작용했지만 달러 약세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7~8월 동안 건강관리·은행·증권·통신 업종 주가가 강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수 관련 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는 외화로 자금을 많이 조달하는 특성이 있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원화가 절상되면 은행들은 원화 환산이익이 영업외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기에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틸리티와 항공은 원화 강세뿐 아니라 금리인하 수혜까지도 기대되는 업종으로 평가된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의 유틸리티업종은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자재 조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합산 부채가 250조 원에 이르고 이자비용만 6조 원에 이르렀던 만큼 금리인하와 원화 강세 조합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형항공사뿐 아니라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도 수혜가 기대된다.
항공사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여행수요 증가라는 간접적 수혜뿐 아니라 항공유 구매와 함께 항공기 대여·구매에서 비용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비용 효과도 덤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리인하와 원화 강세는 항공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와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통신주는 전통적으로 경기방어주로 원화 강세 국면에서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미국 등 선진국 수출이 둔화하는 만큼 경기방어주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원화 강세에 따라 경쟁국가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에 나설 수 있지만 저가 수주 논란이 일 수 있고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 환차손을 인식할 수 있어서다.
원화 강세가 일시적 흐름이 아닌 장기간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할 것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올해 3차례 금리인하를 하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에 힘이 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