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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조선업 구조조정안 '맹탕', 컨설팅비만 날렸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10-31 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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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개월을 끌어온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뚜껑이 열렸으나 6월 발표한 구조조정 추진체계 개편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반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한 꼴이 됐다.

◆ 예상대로 맹탕 수준 경쟁력 강화방안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유일호 조선업 구조조정안 '맹탕', 컨설팅비만 날렸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발표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3사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자구계획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이미 나왔던 얘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당초 대형 조선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을 탈락시키고 대형 양사체제로 간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3사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지만 이 의견은 최종 구조조정안에서 빠졌다.

이 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수십억 원의 비용을 쏟아부은 컨설팅에 대해 ‘이럴 거면 왜 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컨설팅 무용론은 이번에만 나온 게 아니다. 조선업보다 먼저 발표된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정부는 9월 말 철강업과 석유화학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경쟁력 강화방안은 각각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베인앤컴퍼니에 의뢰한 민간 컨설팅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그러나 당시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나온 얘기의 반복이며 원론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공급과잉인 품목을 줄이라면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줄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업계자율에 맡겨 실효성조차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해법이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데만 치우쳐 있어 장기적 산업 경쟁력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는 최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후판공장 문을 당장 닫아야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시 정부가 권고한 후판 생산감축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9억 원가량, 베인앤컴퍼니는 20억 원가량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책임소재 불분명, 최순실 사태에 동력도 미미

지금과 같은 '맹탕' 구조조정 방안은 사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대략적인 그림을 짜놓고 명분을 세우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호 조선업 구조조정안 '맹탕', 컨설팅비만 날렸다  
▲ 10월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공식 브리핑에서 정은보(왼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한번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강으로 가자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3사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든 살리는 방안으로 처음부터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도 아니고 전문가에 맡긴 민간주도의 구조조정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구조조정이 됐다”며 “정부가 당초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정했기 때문에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맹탕 구조조정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실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선업의 경우 직원 수가 많고 지역경제에 파급력이 매우 큰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결국 조선업 구조조정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 셈”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최소한의 국정운영 동력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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