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4-08-22 08:3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 캐스퍼 일렉트릭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대중화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유석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을 처음 선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높은 상품성과 합리적 가격을 앞세워 얼리 어댑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를 넘어 다수 대중의 전기차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역성장을 기록하며 특히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면서 국내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이런 악재들을 뚫고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지 시승행사에 참가해 직접 타봤다.
◆ 미래적으로 진화한 디자인, 커진 차체 이상으로 확보한 공간활용성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어 고양에서 캐스퍼 일렉트릭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 차량으로는 2990만 원(친환경 세제혜택 적용 기준)짜리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선루프, 첨단운전자 안전지원 기능인 현대 스마트센스, 편의사양인 컨비니언스 플러스, 서라운드 뷰 모니터, 하이패스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차량이 제공됐다. 옵션 합산 가격은 친환경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470만 원이다.
▲ 캐스퍼 일렉트릭(왼쪽)과 기존 캐스퍼 가솔린 모델. <비즈니스포스트>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가솔린 모델의 귀엽고 다부진 외관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특유의 픽셀 그래픽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한 디자인 포인트를 줘 미래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면부 그릴엔 회로기판을 연상시키는 검정색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과 달리 매끄러운 면으로 처리했다. 이 검정 그릴엔 헤드램프와 충전구, 프론트 카메라가 모두 통합됐다.
상단 양 끝 방향지시등에는 픽셀그래픽을 적용하고 그 아래에 면발광의 원형 주간주행등(DRL)을 달아 전기차 다운 첨단의 인상을 줬다.
이에 따라 전장도 230mm가 늘어나 기존 경형에서 소형으로 차급이 높아지면서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취득세 감면과 등록세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공영 주차장 할인 등 해당 혜택과 비슷한 전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차체가 길어지고 2열 도어가 커지면서 기존 모델에서 맞지 않았던 1열과 2열 차창 하단부 라인이 수평으로 정렬됐다.
이에 옆면 디자인은 기존보다 안정적 느낌을 줬다.
▲ 캐스퍼 일렉트릭 후측면. <비즈니스포스트>
후면부 리어램프에도 픽셀디자인을 적용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강조했다.
실내에는 10.25인치 LCD 계기판(클러스터)과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탑재했다.
변속기는 칼럼식으로 바뀌어 스티어링 휠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센터페시아 하단부 공간 활용성이 개선됐다.
1열 시트는 벤치 타입으로 제작돼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 캐스퍼 일렉트릭 실내(정면). <비즈니스포스트>
▲ 캐스퍼 일렉트릭 실내(측면). <비즈니스포스트>
차체가 커지면서 확보한 공간의 여유러움은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신장 178cm 성인 남성이 운전하기 편안한 자세에 맞춰 운전석을 조정해 두고 2열에 앉았을 때도 무릎 앞에 주먹 2개가 쉽게 들어가는 공간이 남았다.
휠베이스뿐 아니라 전폭도 15mm 넓어진 데다 공간활용도가 높아져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의 가장 작은 전기차임에도 실내가 좁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 충분한 가속 성능에 뛰어난 정숙성, 도심형 전기차로 '딱'
시승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62km 구간에서 진행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시승을 하는 내내 경쾌하고 편안한 주행경험을 선사했다.
시내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부족함 없는 힘으로 부드럽게 밀고나갔다.
▲ 캐스퍼 일렉트릭 주행.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84.5kW(킬로와트시, 113마력), 147Nm(뉴턴미터, 15kg.m)의 성능을 낸다.
기존 1.0 가솔린 터보 모델과 비교해 최고출력은 약 13% 높고, 최대토크는 약 14% 낮다. 다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만큼 기존 모델보다 더 잘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쟁 모델 기아 레이 EV와 비교하면 최대토크는 같고, 최고출력은 31.4%가량 높다.
경차 기반 전기차임에도 정숙성과 승차감은 기대치보다 훨씬 뛰어났다.
모터가 엔진을 대체한 시승차량 실내에선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강하게 틀어 놓은 에어컨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또 성가심을 느낄 만한 특별한 진동 없이 편안한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현대차 측은 소형차의 큰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과 진동 등을 개선하기 위해 NVH(소음·진동·불편감) 설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진동을 잡기 위해 동력 전달(PE) 시스템을 차체에 고정하는 부품인 마운트에 고무 대신 충격 흡수 능력을 강화한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하고, 쇽업소버와 트레일링 암(후륜 토션빔과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의 충격 흡수 능력도 업그레이드 했다.
소음 측면에선 위치와 면적을 개선한 제진재를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온 진동이 실내로 방사하는 저주파 소음을 줄였다고 전했다.
▲ 캐스퍼 일렉트릭 주행. <현대차>
기아가 최근 출시된 EV3 시승행사를 약 200km 구간에서 시승을 진행한 반면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시승은 약 62km의 상대적으로 짧은 구간에서 진행됐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상대적으로 짧은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를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시승차량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사가 제작한 49kWh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315km를 주행할 수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500km 이상을 넘나드는 다른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에 비교해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기존 어느 소형차보다도 좁은 길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작은 차체에 차세대 배터리를 깔아 3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도심의 일상을 누비기엔 최적의 선택지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캐스퍼 일렉트릭 주행. <현대차>
이런 활용도를 고려한 듯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3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해 기존 소형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을 9분가량 줄였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국산차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기술을 적용했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정차 후 출발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으면, 이를 오조작으로 판단하고 구동력과 제동력을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신기술은 수익성이 좋은 고급차에서부터 적용돼 점차 아랫차급으로 확산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엔트리 모델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를 계기로 전기차 수요 위축을 돌파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 캐스퍼 일렉트릭 주행.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전기차 대중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위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가격경쟁력이다.
1회충전 주행거리 확보에 주안점을 둔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기본 가격은 2990만 원이다. 레이 EV 기본모델(2775만 원) 보다 215만 원 더 비싸고, 상위 트림(2955만 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레이 EV보다 출력과 1회충전 주행거리를 크게 개선한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중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모델 고객 인도를 시작한 뒤 기본 모델인 프리미엄과 오프로드 스타일 외장 디자인을 적용한 크로스 모델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100분가량 이어진 약 62km의 시승 코스에서 시승차량의 1kWh당 전비는 7.1km를 보였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공인 복합 전비는 1kWh당 5.6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