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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 '스모킹건' 안 나와, 야당 국정조사 별러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4-08-20 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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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마약사건과 관련해 관세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런 곳들을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국민들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최한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장]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 '스모킹건' 안 나와, 야당 국정조사 별러
▲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왼쪽)이 ''2023년 수사 당시 대통령실에 마약수사 관련내용을 보고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혹 제기를 부인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이날 청문회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이 대통령실에 의해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백해룡 경정을 비롯한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을 검거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시가 2200억 원에 해당하는 74kg의 마약을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수사팀은 이 마약이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온 사실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서 세관직원이 협조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세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후 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열린 조지호 경찰청창 후보자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은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에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백 경정에 따르면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은 해당 사건의 언론브리핑을 연기시켰고 강상문 당시 서울경찰철 형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세관과 관련한 내용을 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세관 수사를 위한 영장신청이 거듭 반려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아래 세관이 마약유통에 관여한 초유의 사태가 밝혀질 것을 우려한 모종의 세력이 수사에서 세관 내용만 도려낼 것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 위원들은 7월30일 입장문을 내 "대통령실이 수사에 개입해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 사이 세관직원들이 증거인멸을 했을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백 경정의 발언 직후 조지호 경찰총장은 그를 지구대장으로 좌천시켰다. 반면 백 경정에 대해 수사외압을 가한 것으로 의심받는 지휘부는 줄줄이 승진했눈대 이번 의혹의 핵심관계자인 김찬수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옮겼다.

이번 청문회에서 야당은 수사외압의 주체가 대통령실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세게 제기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 진술이나 증거, 이른바 스모킹건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 '스모킹건' 안 나와, 야당 국정조사 별러
▲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마약수사 과정에서 수사절차를 존중하지 않은 백해룡 경정의 자질을 문제삼는 취지의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이에 국민의힘에선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이처럼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용산이라는 말을 언급했느냐'거나 '수사외압을 가한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경찰측 증인들은 하나같이 백 경정의 주장과 다른 진술을 했다. 특히 핵심 증인인 김찬수 전 경찰서장은 "용산이라는 말을 꺼낸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청문회 진술을 근거로 국민의힘에선 "수사외압은 없었으며 모든 것은 백해룡 경정과 야당 측의 침소봉대"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백해룡 경정이 증거도 없이 범죄사실을 확신하고 감정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는 것을 보면 경찰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이고 생각된다"며 "이 사건은 경찰관의 승진욕심과 기획수사 관행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찬수 전 경찰서장도 "백해룡 경정이 상부의 수사지휘권을 무력화히기 위해 억지를 썼다고 생각한다"며 "백 경정이 위증을 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의미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서 야당에서는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백 경정이 제기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2200억 원 어치의 마약이 어떻게 김포공항을 통해 반입될 수 있었는가'에 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핵심은 세관이 뚫렸다는 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마약과의 전쟁이 사실은 유명무실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수사의 핵심이었던 세관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진실규명이 안된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내용이 드러지지 않았다고 해서 외압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채상병 죽음에 관한 수사 외압 의혹에 마약수사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조사는 국회가 특정사안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청문회가 상임위 수준의 조사라면 국정조사는 국회차원의 조사인 셈이다. 국회가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특검 다음으로 강력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국민의힘 반대로 각종 특검 시도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국정조사는 야당이 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국정조사를 통해서도 의혹이 명확히 풀리지 않으면 특검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도 커질 수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수처에서도 이번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인력이 제한적이어서 진실규명이 쉽지 않다면 특단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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