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하며 애플과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더 강력하게 겨냥해 규제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 데스크톱 및 모바일 화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독점규제 관련 소송에서 미국 법무부에 패소한 여파가 애플과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례로 정부가 대형 IT기업의 사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사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논평을 내고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나온 구글 독점규제 위반 판결은 업계 전체를 시험대에 놓이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스마트폰 검색엔진을 사실상 독점하기 위해 애플을 비롯한 제조사들과 맺은 계약이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구글이 앞으로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되기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 지배력을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해 시너지를 추진하던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바라봤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전 세계의 약 7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밀어붙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검색엔진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구글이 이와 유사한 독점체제를 구축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명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 독점규제 소송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빅테크 업계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구글의 패소가 애플과 메타, 아마존 등 라이벌 기업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경쟁사들이 구글에 맞서 검색엔진 또는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빅테크 전반을 향한 규제 환경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구글의 패소는 미국 법무부가 빅테크 기업에 맞서 본격적으로 선전포고를 알리는 방아쇠”라는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이번 승소를 바탕으로 애플과 아마존, 메타 등을 겨냥한 반독점 소송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애플 하드웨어 판매점 '애플스토어' 참고용 사진. |
미국 법무부와 각 주 정부는 이미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다수의 독점규제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앱스토어 독점 문제가,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입점 업체를 향한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고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통한 플랫폼 독점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러한 소송들과 관련해 이전까지 뚜렷한 판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구글의 패소 사례가 빅테크 기업을 향한 다수의 소송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각자의 영역에서 독점에 가까운 체계를 구축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왔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사업 역시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두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독점 규제 강화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면 이들 기업이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조사기관 울프리서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구글의 소송은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더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구글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수 년에 걸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재판 결과를 완전히 뒤집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으로 인수합병 등 방식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을 상대로 한 법무부의 소송이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관련 소송 이후로 IT업계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서 애플이나 메타가 플랫폼 독점 문제와 관련해 받게 될 타격은 구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점유율과 비교하면 애플의 앱스토어 또는 메타의 소셜네트워트(SNS)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구글 안드로이드와 크롬 웹브라우저 등 핵심 사업을 분리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결국 구글은 당분간 사업 전반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