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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밸류업 가동 예고, 방경만 사모펀드 비판 차단할 무기 준비한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8-09 16: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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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가동을 예고했다.

KT&G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로부터 주주환원과 관련해 의지가 약하다며 지속적으로 공격받아왔는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이런 공격을 방어할 무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KT&G 밸류업 가동 예고, 방경만 사모펀드 비판 차단할 무기 준비한다
▲ KT&G가 하반기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은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다만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사모펀드가 주장했던 KGC인삼공사의 분할 상장과 관련한 내용은 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KT&G가 하반기에 발표하겠다고 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G는 현재도 국내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하반기에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공시했다”며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안정성과 더불어 확대되는 주주환원은 투자 매력을 높여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KT&G는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통해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갱신하기로 했다”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기준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겠다고 예고한 기업은 9일 기준으로 7곳이다. KT&G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알 수 있다.

KT&G는 기존에 발표해온 중장기 3개년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더 보강하는 쪽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KT&G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장기(2024~2026년) 주주환원 계획을 통해 모두 2조8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주주환원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당으로 1조8천억 원, 자사주 매입 1조 원 등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일부 내용은 8일 발표한 실적자료를 통해 이미 공개했다. 올해 결산배당을 지난해(5200원)보다 더 많이 지급할 것이라는 점, 하반기에는 자사주를 약 3500억 원 규모로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점 등을 밝혔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KT&G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예상했다.

KT&G가 행동주의를 표방한 사모펀드로부터 꾸준히 공격받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내용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2022년부터 KT&G를 향해 여러 방면의 경영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KT&G 경영진조차 KT&G 자사주를 거의 들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주주들에게 ‘주주가치를 높일 필요가 없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 FCP의 주장이었다.

FCP는 KT&G가 보유한 비핵심 사업을 9개로 보고 이 가운데 서둘러 2개만 정리하더라도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본다. 이렇게 되면 KT&G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6조 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되는데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 주장한다.

KGC인삼공사를 분할해 상장하면 KT&G의 주주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FCP는 주장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주주제안도 했다.

FCP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 현금배당으로 1주당 1만 원을 달라는 안건을 올렸다. FCP의 주주제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KT&G 이사회가 결정한 1주당 5천 원의 2배 금액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KT&G 측에서 긴장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KT&G는 실제로 FCP의 행동을 적지 않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CP가 KT&G 관련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박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KT&G 밸류업 가동 예고, 방경만 사모펀드 비판 차단할 무기 준비한다
▲ KT&G가 마련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사모펀드로부터 받을 비난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 본사. <연합뉴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KT&G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기로 한 것은 FCP의 비판을 미리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방어무기’를 하나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경만 사장으로서도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지를 외부에 처음으로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방 사장은 올해 3월 FCP와 KT&G의 주요주주인 IBK기업은행의 견제를 뚫고 KT&G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KT&G 이사회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임민규 LMK컨설팅 대표이사가 표대결에서 밀려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KT&G의 경영진 선임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긴장도가 높았던 시기에 새 수장이 된 것이다.

실제로 방 사장은 나름 KT&G 내부에서 견제도 받고 있다. KT&G와 긴장 관계를 형성했던 IBK기업은행이 이사회에 입성시킨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사외이사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의 밸류업 강조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 타 KT&G의 주주가치 확대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린다면 FCP의 비판 지점을 미리 차단하는 동시에 주주친화적 행보를 걷는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도 있다.

물론 FCP가 주장했던 모든 사항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KGC인삼공사의 분할 상장이다.

방 사장은 지난해 1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당시 수석부사장 신분으로 “분리 상장 추진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다”며 “최근의 인적분할 사례를 검토했을 때 기업가치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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