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8-08 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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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3개 분기 연속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뤘는데 홈쇼핑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 롯데홈쇼핑이 홈쇼핑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3개 분기 연속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김 대표는 수익성이 높은 뷰티와 패션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롯데홈쇼핑을 '돈 버는 기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8일 롯데홈쇼핑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김 대표는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패션과 뷰티부문의 브랜드 발굴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가전 등의 저수익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에서 줄여가며 대표적 고수익 상품군인 뷰티, 패션부문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뷰티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뷰티 신상품을 70%가량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우선 젊은 고객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홈쇼핑 주요 고객층은 40대에서 60대 사이지만 최근 모바일, 숏폼 등으로 채널이 확장되며 2030세대들의 소비 비중이 커진 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대표적 뷰티 브랜드는 ‘조선미녀’다.
롯데홈쇼핑은 미국 아마존 선크림 1위를 차지한 브랜드 조선미녀를 홈쇼핑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방송 시작 25분 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매진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향후에도 인삼, 쑥 등을 활용한 세럼, 자외선 차단스틱 등으로 판매 상품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롯데홈쇼핑은 관계자는 “이번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이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도록 할 것”이라며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뷰티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스몰럭셔리’를 추구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롯데홈쇼핑은 방송을 통해 26일 스페인 향수 브랜드 ‘알바레즈 고메즈’, 28일 프랑스 뷰티 브랜드 ‘캐롤프랑크’ 크림을 판매한다. 향후에도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발굴해 선보일 예정으로 파악됐다.
가을·겨울(F/W)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패션 상품군의 비중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브랜드를 비롯해 가격대가 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등 다양한 패션 품목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는 브랜드 발굴 이후에도 발굴한 브랜드의 방송, 마케팅 등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상품 기획, 방송 구성, 마케팅 등 각 분야별 전담 인력을 구성하고 전용무대와 세트 제작까지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4월 뷰티 프로그램 ‘동지현의 뷰티컬렉션’을 론칭했다.
롯데홈쇼핑의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김 대표에게 의미가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가운데 별도의 인력을 투입한 것만으로도 해당 사업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방송 편성 역시 뷰티와 패션 프로그램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뷰티, 패션 부문에 방송 시간을 다수 할당하며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비교적 고가의 에스테틱·직수입·고기능 상품 등을 황금 시간대인 주말에 배치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뷰티와 패션의 방송 비중은 매번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계속해서 뷰티와 패션의 방송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 롯데홈쇼핑에 입사한 이후 감사팀장,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거쳐 2023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올랐다.
▲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동지현의 뷰티컬렉션'이 3개월 만에 주문액 150억원을 돌파했다. <롯데홈쇼핑>
김 대표가 롯데홈쇼핑 수장에 오른 해 롯데홈쇼핑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방송법 위반으로 롯데홈쇼핑이 새벽방송 금지처분을 받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하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2023년 1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3분기에는 급기야 적자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취임 직후부터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고수익 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어왔으며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10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2024년 1분기 98억 원, 2024년 2분기 163억 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TV 시청률의 지속적인 감소와 송출 수수료 인상 등으로 홈쇼핑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 것은 김 대표의 전략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김 대표에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군 효율화 작업 탓에 외형이 따라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한 과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취급고가 줄어들고 있다. 수익성이 다소 낮지만 판매 단가가 높은 가전 등의 판매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롯데홈쇼핑은 외형성장보다는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며 “앞으로도 뷰티와 패션 등 수익성 위주의 상품군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