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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도로·철도·공항 착공, 건설업계 공사비 부담에 차질 빚는 SOC사업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8-07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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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위례신사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가덕도신공항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사업들이 급등한 공사비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입찰 단계에서 참여하지 않거나 사업시행자를 찾은 뒤에도 자금조달 문제에 부딪혀 착공 단계에 돌입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각 사업의 개시 시점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힘을 받고 있다.
 
멀어지는 도로·철도·공항 착공, 건설업계 공사비 부담에 차질 빚는 SOC사업
▲ 위례신사선 경전철 노선도. <서울시>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달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고를 예정하면서 20여 년 묵은 위례신사선 사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지 여부가 주목받는다.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 재공고에서 총사업비를 기존보다 18% 올린 1조7천억 원가량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추가 적격성 조사 없이 사업비를 늘릴 수 있는 한도는 20%다. 서울시가 사실상 가용 범위 안에서 최대한 사업비를 높여 잡은 수준인 셈이다. 

앞서 6월 기존 사업자였던 GS건설 컨소시엄이 서울시와 공사비 증액 협상에 실패하며 사업에서 손을 뗐다. 최초 제안사인 삼성물산에 이어 사업을 넘겨받은 GS건설까지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2013년부터 첫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조성과 함께 추진된 위례신사선은 이미 수 년이 흘러 완공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도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로는 4년6개월, 2008년 위례신사선의 최초 사업제안 시점으로부터는 이미 16년 이상이 흘렀다.

다만 사업비 증액에도 건설업계 반응은 아직 미지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높아진 공사비를 충족할 정도인지 확실하지 않아 공고를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공고가 나온 뒤 자세한 사업성을 따져봐야 건설사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설업계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해 아직 충분한 사업성을 갖출 만한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 선정에 실패하면 재정사업으로 전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만약 재정사업으로 추진된다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A노선 일부 구간 개통으로 시작을 알린 1기 GTX 노선들 역시 공사비 벽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1월 성대하게 착공식을 진행한 GTX-C노선은 아직 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실시협약 체결, 12월 실시계획 승인 등이 이뤄졌지만 늘어난 공사비 탓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착공이 미뤄져 온 것이다.

모든 구간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는 GTX-C노선의 모든 사업비는 4조6084억 원이다. 최근 급등한 공사비에 사업성을 향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전반적 자금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GTX-B,C노선, 대장홍대선을 비롯한 대형 철도·도로 사업들의 자금조달 시점이 겹친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GTX-C노선 민간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르면 이달 안에 공사 착수를 위한 착공계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GTX-C노선의 사업기간은 60개월(5년)로 잡혀 있다. 하반기 최대한 빠르게 착공에 이르더라도 2028년 개통이라는 정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셈이다.

3월 착공식을 연 GTX-B노선도 비슷한 상황이다. GTX-B노선은 민자구간과 재정구간으로 나뉘며 총사업비는 민자 4조2894억 원, 재정 2조5584억 원 등 6조8478억 원이다.

민간사업시행자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이달 착공계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GTX-B노선의 사업기간이 72개월(6년)인 점을 고려하면 목표 시점인 2030년에 원활한 개통이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동남권 거점공항 역할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조성사업이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배경 역시 공사비 급등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는 7월31일 공사비 10조5300억 원에 이르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3차 입찰공고를 냈다.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한 핵심이었던 10대 건설사 공동수급 조건이 이전 2개에서 3개로 완화했음에도 경쟁입찰이 성립할 가능성이 적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가 급등한 탓에 만족할 만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기간이 빠듯한 데다 부등침하 우려 등으로 공사 난도는 높으면서 건설 이후에도 유지보수 관련 부담을 건설사가 져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러 난관이 산재한 가운데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쟁입찰을 위한 새 컨소시엄에서 10대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건설사를 찾는 데도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워낙 규모가 커 지분이 적더라도 수천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지만 공사의 어려움이나 공사 이후에도 침하 문제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수익성이 좋더라도 쉽지 않은 초대형 단일공사인 만큼 참여를 꺼리는 건설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멀어지는 도로·철도·공항 착공, 건설업계 공사비 부담에 차질 빚는 SOC사업
▲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공사기간이 7년인 부지조성공사 가운데 주요 공정은 6년 안에 마무리해 가덕도신공항을 2029년에 개항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국토부가 수의계약 전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이미 개항목표까지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기간은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날이 높아진 공사비는 최근 공공공사는 무더기 유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민간사업자를 찾은 이후에도 여전히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6월 130.02로 집계됐다. 5월보다 0.18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 이상 오른 것이다. 기준연도인 2020년보다는 30% 이상 높아졌다는 의미다.

동아일보가 조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300억 원 이상의 대형 공공공사 87건 가운데 45건이 유찰돼 유찰률 51.7%로 나타났다. 2020년 상반기 유찰률 18.2%보다 3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주로 핵심 국책사업이나 대형 지자체사업에 적용되는 기술형입찰 유찰률도 크게 높아졌다. 조달청에 따르면 기술형입찰 유찰률은 2020년 16.7%에서 2021년 50%, 2022년 64.7%, 2023년 60.7%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공사업이 지연되면 일반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사들도 공기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현재 건설사들이 대부분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나마 최소한의 수익성은 확보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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