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4-07-25 11: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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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에스티팜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저변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 CDMO 글로벌 3위 기업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연말 완공을 앞둔 올리고핵산 공장의 위탁개발생산 물량까지 확보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통한 기술력 증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메신저리보핵산(mRNA)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선점에 나선다.
25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티팜은 현재 성무제 사장 체제에서 mRNA CDMO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 사장은 CDMO 사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코로나19 mRNA 백신(STP2104)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스티팜이 철 지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현재 mRNA 백신 개발에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클린캡’ 기술의 아성을 깨기 위해서다.
코로나19 mRNA 백신에 적용한 에스티팜 자체 캡핑 기술 ‘스마트캡’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한다면 m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에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 이를 널리 알리게 되면 mRNA CDMO 수주를 확보하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성 사장은 6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mRNA 기술이전계약(MTA) 8건을 체결했다. MTA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1상 결과에 달려 있다.
에스티팜이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CDMO 사업 특성상 제품 개발 초기 임상용 물량부터 원료의약품(API) 공급을 진행하면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정식허가를 받은 후에도 높은 확률로 수주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약 개발에 힘을 쏟는 것으로 여겨진다.
임상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고 상업화 물량의 원료 공급계약을 따내려는 전략이라는 의미다.
신약 개발 전문가인 성 사장이 6월 에스티팜의 새 대표에 선임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코로나19 mRNA 백신 성공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RNA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GSK나 노보노디스크 등은 2023년부터 RNA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계약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RNA 의약품은 질병 치료를 위해 특정 단백질의 발현이 필요하거나 저해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치료 타깃에 따라 유전자 조작을 변경해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어 2세대 의약품인 항체의약품보다 한 단계 진화한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평가받는다.
성 사장은 노바티스에서 유방암치료제 키스칼리를 비롯해 여러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최근 신약 개발에 많이 활용되는 올리고핵산 제조과정의 까다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올리고핵산은 수율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에스티팜을 비롯해 일본의 니토덴코, 미국의 애질런트, 중국의 우시바이로직스 등 소수 기업만 CDMO 사업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각 기업이 얼마나 생산능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RNA 치료제 확장에 따른 수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에스티팜이 올리고핵산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2023년 하반기 선제적으로 증설했던 제2올리고동은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26년 두 차례 증설까지 완료되면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기존 6.4mol(약 1.1~3.2톤)에서 14mol(2.3톤~7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에스티팜은 대장암치료제와 에이즈치료제 등 mRNA 백신 이외의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 신약개발에 활용되는 올리고핵산은 수율확보와 대량생산이 어려워 소수 기업이 CDMO 사업을 과점하고 있다.
이혁수 동아쏘시오홀딩스 IR 팀장은 혁신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 STP0404(성분명 피르미테그라비르)를 놓고는 18일 기업설명회(IR)에서 “미국에서 에이즈 신약후보물질 STP0404가 글로벌 임상2a상을 하고 있다"며 "외신에서도 STP0404를 2024년 주목해야 할 에이즈치료제로 소개했는데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며 신약 개발 성과를 재차 강조했다.
에스티팜은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는 덕분에 신약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에스티팜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850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냈다. 고객사 적응증 확대와 제2올리고동 상업 생산 본격화로 2025년과 2026년에도 매출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업인 올리고핵산치료제도 희귀질환에서 B형간염과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며 시장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에스티팜에 따르면 고객사가 3년 내 상업화하는 물질이 10개에 이른다.
에스티팜은 미국에서 생물보안법 논의를 시작으로 중국을 바이오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면서 올리고핵산 점유율 세계 4위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물량도 일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는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기업들과 만남을 가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성 사장이 에스티팜을 이끌게 된 시기의 대내외적 상황은 우호적인 편으로 여겨진다.
신약 개발에는 긴 호흡이 필요한 만큼 2023년 136억 달러에서 2028년 180억 달러까지 성장할 RNA 시장에서 에스티팜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성 사장의 역량이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