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K8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영상 캡처>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국내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한 기아가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에서도 '형님' 현대자동차를 압도했다.
기아는 하반기에도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릴 전기·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올해 사상 처음 현대차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합친 국내 판매량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23일 현대차·기아 판매실적 자료 종합하면 올 상반기 기아는 국내에서 25만1817대의 승용차를 팔아 20만5869대에 그친 현대차에 약 4만6천 대 격차로 크게 앞섰다.
앞서 기아는 2021년 국내에서 47만2701대의 승용차를 팔아 사상 처음 현대차(43만3774대)를 따돌리고,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어 2022년 47만3109대(현대차 39만9263대), 지난해 49만9438대(현대차 47만2903대)로 내리 3년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다만 지금껏 기아 국내 연간 판매량이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합친 판매량을 넘어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작년 제네시스 국내 판매량은 12만6567대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합산 판매량(59만9470대)은 지난해 기아 연간 판매량을 10만 대 가량 앞섰다.
하지만 올해 기아의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현대차와 제네시스(6만7794대) 합산 판매량 27만3663대를 약 2만 대 차이로 추격했다.
올 상반기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 감소 등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기아의 상반기 국내 판매량이 2.1%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판매량은 11.9%나 감소했다.
특히 현대차 아산 공장이 올해 초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설비공사를 위해 6주 동안 생산을 중단한 영향을 받아 작년 압도적 국내 판매 1위에 올랐던 준대형 세단 그랜저 판매량이 올 상반기 3만3370대로 1년 전 6만2970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아산공장은 2월 중순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지만 올해 출시 3년차를 맞은 그랜저는 지난달 국내 판매량도 5703대에 그치며, 전년 동월 1만1528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기아는 이르면 다음달 준대형 세단 K8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그랜저 빈틈을 노린다.
K8은 기존의 가로형 헤드램프를 세로형으로 바꿔달고, 이를 수직으로 감싼 스타맵 시그니처라이팅 주간주행등(DRL) 장착해 디자인 관련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전면부 디자인을 크게 변경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K8은 출시 첫해인 2021년부터 국내에서 연 4만 대 넘는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해오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1만2478대로 전년 대비 50.4%나 줄었다.
경쟁 모델 그랜저의 판매량이 빠지는 가운데 단점으로 지적됐던 디자인을 확 바꾸는 만큼 K8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는 판매 확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이달 중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를 국내에 내놓고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나선다.
EV3는 기아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감소)을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 상품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춰 출시하는 브랜드 첫 전기차 대중화 모델이다.
EV3는 동급의 파생현 전기차 기아 니로 EV와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전기차 모델이다. 니로 EV보다 100km가량 크게 늘린 1회 충전 주행거리 501km를 확보하고, 평평한 바닥을 구현해 공간활용성도 개선했지만 시작 가격은 니로 EV보다 1천만 원가량 내린 3995만 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국내에서 EV3를 한 달에 2500대~3천 대 가량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도 브랜드에서 가장 싼 전기차 엔트리(진입) 모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하고 기아에 맞불을 놓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솔린 캐스퍼에 기반한 파생 전기차임에도 국내 기준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지난 15일 본격 양산을 시작해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다. 판매 가격은 중간 트림(등급) 기준 2990만 원으로 예상된다.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은 올해 캐스퍼 전기차 생산 목표를 2만1400대, 내연기관차 포함 생산 목표를 5만3천 대로 잡았다.
다만 기아 EV3는 기존에 없던 신차인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로 판매를 이어왔던 모델인 만큼, 작년 캐스퍼 연간 판매량 4만5451대를 고려하면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로 현대차가 올해 추가하는 판매량은 약 6~7천 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준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도 국내 출시한다. 하지만 현대차 제품군 중 가장 높은 가격표가 붙는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캐스퍼 일렉트릭 만큼의 판매량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올 상반기 아이오닉9과 동급인 기아 EV9의 판매량은 1225대,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쟁 차종인 기아 레이 EV의 판매량은 2만5284대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