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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SM엔터 인수전 '승자의 저주' 현실화, 총수 구속에 카카오 격랑 속으로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4-07-23 16: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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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총수가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룹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뿐더러,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강제 지분매각 등 주요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609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범수</a> SM엔터 인수전 '승자의 저주' 현실화, 총수 구속에 카카오 격랑 속으로
▲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카카오 대표이사)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범수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한 뒤 이날 새벽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종하는 것을 승인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수사기관인 검찰과 피의자인 김 위원장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영장심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위원장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다음날인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3월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구속영장 발부까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법원은 이날 구속을 전격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과 김 위워장 측 주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영장실질 심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검찰의 수사 내용과 김 위원장 주장을 두고 제3자인 법원의 1차적 판단이 검찰 쪽으로 쏠렸다는 점에서다.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톡을 만들어 국민 메신저의 위치로 키우면서 카카오 그룹을 현재 위치로 올려놓은 국내 IT 업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카카오는 당분간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비상 체제에 들어간다. 카카오는 이날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계열사 정리,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혁신 작업 등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경영 쇄신을 직접 지위하는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쇄신 작업을 총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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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카카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AI 전략, 해외진출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플랫폼 업계에서 AI 전략 마련, 해외 진출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모색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그의 경영 공백은 카카오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사법 리스크로 발목이 붙잡히면서 혁신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통한 해외진출 계획을 세우던 가운데 SM엔터 인수 관련 구설수가 커지면서 신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지난해 SM엔터 인수전에서 어렵게 승기를 잡았지만, 사법리스크에 이어 올해 SM 재매각설까지 불거지는 등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구속됨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가 한 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구속되면 변호인 접견과 증거 수집활동에 일부 제한을 받고, 사회경제적 활동도 불가능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지분 강제 매각이 진행되는 등 대주주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미 지난해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과 비금융 신용평가업 허가도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중단됐다. 이 외에도 이뤄지고 있는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 작업 역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한 차례 기한 연장을 포함해 최대 20일 동안 김 위원장을 구속할 수 있다. 검찰은 이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김 위원장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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