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SK에코플랜트 등에 따르면 18일 이사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의 인수 방안을 의결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는 SK그룹 내에서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회사다. 두 곳 모두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해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이 추진될 때부터 유력하게 SK에코플랜트와 합병이 거론된 계열사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산업용 가스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의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 SK에너지, SKC 등 SK 계열사에 주로 공급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2576억 원, 영업이익 653억 원, 순이익 307억 원을 냈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거래를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내는 회사로 평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12월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정보공개’를 보면 2022년도 기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SK하이닉스 사이 내부거래 규모는 1373억1700만 원에 이른다. 같은 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매출은 1743억 원이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가 있으며 SK의 싱가포르 투자 자회사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SK의 손자회사다.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SD, SD카드, USB 드라이브 등으로 가공해 유통한다. 2015년부터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브랜드인 클레브(KLEVV)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 부품 시장에서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에센코어는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2020년, 2021년 각각 1040억 원, 1120억 원으로 1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알짜회사다.
지난해에는 매출 8210억 원, 영업이익 594억 원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으나 반도체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SK에코플랜트의 계열사 두 곳 인수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장 부회장이 찾은 해법으로도 여겨진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재무 악화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 8조9251억 원, 영업이익 1745억 원을 내기는 했으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른 영향으로 순손실 335억 원을 내는 등 재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2년 전 인수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장 부회장으로서는 때마침 SK그룹 차원의 계열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로 알짜 계열사 둘을 가져오면 기업공개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진행 중인 기업공개를 사실상 2026년 7월 전에 끝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22년 7월에 6천억 원 규모의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4년 안에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전에 상장을 마치지 못하면 SK에코플랜트는 투자자에 첫해 배당률 5%, 이후 매년 3%포인트씩 배당률을 높여가며 배당을 지급해야 한다.
장 부회장으로서는 SK에코플랜트에 이른 시일 안에 재무 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일 수단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장 부회장은 SK그룹 내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2017년부터 SK에서 6년 넘게 일하며 SK의 투자형 지주회사 전환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SK에코플랜트는 재무개선에 전방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장 부회장은 최근 김형근 전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의 신임 대표이사로 불러오기도 했다. 김 사장은 SK에서 재무1실장으로 장 부회장과 함께 일한 사이다.
김 사장이 이전부터 반도체 연관 사업을 SK에코플랜트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나타내 왔다. 취임과 함께 내놓은 메시지에서도 이같은 경영방향에 무게를 뒀다.
그는 15일에 임시주총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SK에코플랜트 사장에 선임된 뒤 직원들에게 “SK그룹이 집중하는 인공지능(AI) 시대 대응 및 환경 분야 투자 드라이브에 맞춘 인프라 조성은 물론 반도체 유관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