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가 무료배송 기준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표에 오른지 한 달도 안 된 최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이 법인 설립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료배송 기준 완화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이커머스들과의 배송 경쟁에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이런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유통업계에서는 SSG닷컴이 그로서리 특화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 쓱배송클럽’(쓱배송클럽)을 내놓은 것을 놓고 최 대표가 더 이상 다른 플랫폼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내린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SG닷컴은 쓱배송클럽 주요 혜택으로 무료배송 기준 완화를 내세웠다. 쓱배송클럽 회원들은 쓱배송과 새벽배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 3장을 받을 수 있다. 최저주문금액은 1만4900원이다.

최 대표가 이커머스 무료배송 기준 완화 경쟁에 SSG닷컴만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컬리는 1일부터 컬리멤버스 고객을 대상으로 2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을 매달 31장씩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매일 2만 원어치씩 장을 봐도 무료배송이 가능한 것이다

쿠팡은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이 로켓프레시 상품을 1만5천 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 혜택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컬리, 쿠팡과 비교하면 SSG닷컴 무료배송 기준이 가장 낮다. 기존 쓱배송이 4만 원 구매해야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생각하면 60% 이상 기준을 낮춘 것이다.

무료배송 기준을 낮추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주문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배송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SSG닷컴 영업손실은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2억 원, 2023년 10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폭을 82억 원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1천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수익성만 고민하다가는 무료배송 경쟁력에서 쿠팡, 컬리에게 밀릴 가능성이 있다. 컬리와 쿠팡이 신선식품 무료배송 기준을 1만5천 원~2만 원으로 설정해 놓은 상황에서 SSG닷컴만 4만 원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쿠팡과 컬리가 사실상 무제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SSG닷컴이 1달에 3번만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도 무료배송과 수익성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고민은 경쟁사 멤버십 인증 이벤트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최 대표는 무료배송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전략 대신에 경쟁사 멤버십 회원들을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쓱배송클럽 가입자가 경쟁사 멤버십 이용 화면을 캡쳐해 이벤트 페이지에 올리면 SSG머니 1만5천 원을 제공한다. SSG머니는 SSG닷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 전체를 봐도 경쟁사 멤버십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8월부터 기존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도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는 만큼 쿠팡 탈퇴를 고민하는 고객들을 노린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료배송 기준이 쿠팡, 컬리와 비교해 가장 낮다고는 하지만 1달에 3번 제공되는 무료배송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쿠팡은 횟수 제한없이, 컬리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무료배송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들의 소비성향 분석을 통해 무료배송 쿠폰 3장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적게 장을 보는 고객들은 무료배송 쿠폰을 사용하고 무료배송 기준을 넘긴 고객들은 8% 할인 쿠폰을 사용하면 혜택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쓱배송클럽은 그로서리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앞으로도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SG닷컴 무료배송 기준 완화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언급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SG닷컴과 G마켓이 경쟁사보다 친절하다고 자신할 수 있냐”며 “고객이 여기저기서 쿠폰을 찾도록 숨바꼭질 시키고 무료배송을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게 하지 않냐”고 말했다.

당시에도 SSG닷컴과 G마켓 무료배송 기준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는데 정 회장의 신년사 발표 6개월 만에, 최 대표 취임 약 한 달 만에 SSG닷컴 무료배송 기준이 낮아졌다.

SSG닷컴 관계자는 “최 대표가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 때부터 SSG닷컴 영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었고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형태가 됐기 때문에 방향성은 같다고 볼 수 있다”며 “올해도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놓으면서도 고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