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유럽법인을 정리하고 선박 등 보유자산을 크게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실상 청산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유럽법인 청산해 몸집 줄여
한진해운은 24일 법원으로부터 스페인과 폴란드, 헝가리의 판매법인을 정리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 앞서 한진해운은 21일 ‘유럽법인 정리에 대한 허가’를 법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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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한진해운 관계자는 “유럽법인을 정리한다는 것은 한진해운의 유럽법인을 다른 해운사에 매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럽법인을 청산한다는 의미”라며 “유럽노선 운영이 완전히 중단된 데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스페인 발렌시아, 폴란드 그디니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영국 런던, 프랑스 르아브르, 이탈리아 제노바, 체코 프라하,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9개 지역에 유럽법인을 두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유럽노선 시장점유율이 0.5%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법정관리 이후 유럽노선 영업을 중단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해운사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고 초대형 선박이 구주노선에 유입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료가 하락해 고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법인 가운데 일부만 정리된다면 한진해운이 회생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9개 유럽법인 전체가 정리된다면 청산절차를 밟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유럽노선 영업망은 ‘알짜자산’으로 평가돼왔다. 지난해 유럽노선 물동량은 전체 물동량 중 38%를 차지했다. 미주노선 물동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유럽노선 시장점유율 4.6%로 전 세계에서 5위를 차지했다.
한진해운은 유럽법인을 정리하기에 앞서 아시아노선과 미주노선, 그리고 미국 롱비치터미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잇단 자산매각으로 사업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선박 담보 잡혀있어 선박규모 축소폭 커질 듯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보유선박 가운데 빌린 배를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남은 선박 가운데 선박금융회사에 담보로 잡혀 반납해야 하는 선박도 있는 만큼 한진해운의 선박규모는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24일 오후 기준으로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72척, 벌크선 44척 가운데 36척을 반납했거나 반납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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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 선박 이미지. |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빌린 컨테이너선박이 60척이라고는 하지만 한진해운이 소유한 37척 가운데 34척이 선박금융회사에 담보잡혀 있다”며 “담보잡힌 배는 사실상 빌린 배나 다름없기 때문에 선박금융회사에 반납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에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60척이 빌린 배, 34척이 선박금융회사에 담보잡힌 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은 고작 3척에 불과하다.
벌크선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보유했던 벌크선 44척 가운데 빌린 배는 22척, 선박금융회사에 담보잡힌 배는 20척을 제외하면 한진해운의 벌크선은 2척에 그친다.
한진해운이 선주사와 선박금융회사에 배를 모두 반납하고 나면 컨테이너선은 3척, 벌크선은 2척 남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몸집을 줄여 중소선사로 회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12일 ‘제3회 마리타임 코리아 오찬포럼’에서 “한진해운이 정기선사로 회생해서 컨테이너 선박 50여 척으로 원양항로에서 서비스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가 보유한 우량선박과 함께 낮은 용선료로 다시 배를 빌리면 선대를 구성해서 아시아항로의 근해선사와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조사위원단인 삼일회계법인은 11월4일까지 한진해운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분석한 중간 실사보고서를, 11월25일 최종 보고서를 낸다.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은 12월23일이다. 법원은 실사 보고서와 회생계획안을 종합해 한진해운의 회생 또는 청산을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