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현재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부담은 중소기업과 동일한데 이를 대기업 수준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중견기업까지 영향권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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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
24일 업계에 따르면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20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8월 이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번에 예산부수법안 신청을 위해 다시 법안을 제출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경우 여야 합의와 무관하게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처리될 수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안은 일감몰아주기 수혜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세후이익의 15% 이상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중견기업인 경우에는 세후이익의 30%까지 정상거래비율로 인정해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중견기업에 대한 공제혜택을 제외해 중견기업도 세후이익의 15%부터 과세범위에 포함되도록 했다.
박 의원은 “공정경쟁원칙을 확립하고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중견기업 소유주까지 중소기업과 같은 조건의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액은 734억 원이었는데 이 중 중견기업 신고액은 56억 원으로 7.6% 수준이었다. 대기업 신고액이 499억 원으로 68.0%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역시 대기업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7월 CEO스코어가 국내 100대그룹 계열사간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에 속하는 51개 회사의 규제대상 계열사 비중은 14.8%로, 대기업집단의 규제대상 계열사 비중 13.4%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오뚜기는 12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율이 50% 이상인 곳이 6곳이나 된다.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SF,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풍림푸드 등이다. 오뚜기라면의 경우 매출 5080억 원 중 5037억 원이 오뚜기로부터 나왔다. 풍림푸드, 상미식품 등 계열사를 모두 합한 매출은 5050억 원으로 내부거래율이 99%가 넘는다.
이외에도 사조그룹, 경동나비엔, 삼양식품, 대한제분 등이 일감몰아주기로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이들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편법 경영승계 등 오너 일가 지배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산기준이 대폭 완화된 것도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말 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10조 원으로 상향 적용하면서 대기업집단은 기존 65개에서 28개로 줄었다.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 중견기업이 된 곳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고 과세부담도 한결 덜게 됐다.
중견기업들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까지 뻗치고 있는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정치권에 중견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9월5일 열린 정부여당과 기자간담회에서 “20대 국회 초반부터 가업상속공제 대상 축소,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 적용 등 경영환경을 제약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다”고 걱정을 전했다.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중견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기업하고 싶은 나라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